소풍가요
이진숙
2013.03.12
조회 71
14살 사춘기 소녀의 학교소풍이 아닌 학원에서 가는 소풍이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그 때를 기억하고 싶네요.
1976년 초등학교 6학년. 37년 전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키가 큰 관계로 농구선수가 되었다. 4,5,6학년 삼년동안 했으니 나의 사생활은 없었다, 학교 끝나면 바로 운동연습해야 하므로 2km이상을 걸어서 가야하는 집이었기에 어두워서야 집으로 출발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 학교가 있는 마을에 "주산학원"이 처음 생겼다. 학원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고, 주산학원도 처음 들어본다. 친구들과 학원을 찾아갔다. 시골 한 허름한 방 한칸에서 주산을 가르쳐준다 했다. 우리들은 집에가서 말해도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부모님들한테 조르기 시작했다. 막무가내인 우리들을 어쩔 수 없는지 허락해 주셨다. 우리는 주산보다도 잘생긴 남자 선생님께 관심이 많았다. 정말 열심히 했다. 신기하고 재밌어서 선생님께 잘보이려고 ㅎㅎㅎㅎㅎ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소풍을 간단다. 오잉? 우리는 신기했다. 학교소풍도 아닌 학원에서 소풍을 간다는 말이 정말 신선하고 기대가 됐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선생님을 학원이 아닌 야외에서 보니 더 멋져 보였다. 파란 청바지차림에 어깨에 가로지르는 가방을 메고 카세트를 들고 오셨다. 카세트도 신기했고 영어로 나오는 노래도 신기했다. 영어 제목은 모르지만 " 해가뜨나 해가 지나 오직 한 마음..........아버지 말씀은 없어도 ...."이런 가사를 들으니 그 때 그 노래가 생각난다.
정말 이상한 건 우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래를 들으며 산 속을 걸었던 생각은 나는데,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그 멋진 선생님의 파란 청바지와 가방, 카세트, 그 노래만 남아있을 뿐이다.
처음 참여하는데 세삼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니 감사하고 잠시나마 그 어린 사춘기 소녀로 돌아간 기분이어서 정말 좋아요!
요즘 신선한 바람만큼이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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