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누면 행복이 선물로 오네요.
임영자
2013.03.13
조회 38
안녕하세요?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평범한 주부랍니다.
우리 동네에는 칠순이 넘은 할머님이 홀로 살고 계십니다.
듣기로는 자제들이 있다는데 할머님이 우리 동네로 이사 오신지 1년이 넘었지만 저는 지금껏 할머님을 찾아오는 자식인 듯 싶은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할머님께 여쭈어 보는 것은 왠지 할머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는 것 같아 묻지 않고 있지요.
우리 형편도 힘든 탓에 옆집에 할머님 홀로 외롭게 사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해 늘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다만 가끔 색다른 반찬을 만들 때면 할머님께 먼저 한 접시 갖다 드리는 것이 전부일 뿐이지요.
그런 할머님이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고생을 하십니다. 약을 다사 드리려 해도 처방전이 없기에 힘이 없어 걷기 힘드시다는 할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며칠을 앓으시니 입맛을 잃으셔 통 식사를 못하시는 것 같아 죽을 좀 쒀다 드렸지요.
할머님은 저의 성의가 고맙다시며 죽 한 그릇을 거의 다 드셨습니다. 할머님이 돌아서 나오는 저를 부르시더니 꼬깃꼬깃한 천 원 짜리 지폐 10장을 속주머니에서 내어주시며 “내일 민주 엄마 생일이잖아 쇠고기 조금 사 미역국 끓여 먹구려”하셨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10년을 넘게 함께 산 남편도 제 생일을 기억 못하는데 어떻게 할머님이 제 생일을 다 기억하셨을까 싶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극구 마다하는 저에게 돈을 쥐어주시며 1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당신의 아들 생일과 제 생일이 같은 날이라 당신 살아 생전에는 제 생일은 절대 잊지 않을 거라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제 생일을 언제 말씀 드린 기억도 없는데 작년 제 생일에 친정언니가 케익을 하나 사 왔기에 할머님께 조금 나눠드렸더니 그날을 기억하고 계셨던 거지요.
생활이 넉넉지 않으신 할머님께 돈을 받는다는 게 영 내키질 않아 생일을 기억해 주시는 할머님 마음만 고맙게 받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나 간곡히 받기를 원하시던 지 그런 할머님께 너무 지나치게 사양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결국 그 돈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할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천 원 짜리 10장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니 영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이 돈을 모으려고 할머님이 애쓰셨을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돈을 그냥 써버릴 수가 없을 것 같았지요. 이렇게 소중한 이 돈을 어떻게 귀하게 쓸까 오래도록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 것이 할머님이 쓰시는 밥솥이 너무 낡아 오래 전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돈을 좀 더 보태 밥솥을 사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할머님이 주신 돈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 갔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녀석은 “다녀왔습니다.” 라는 인사만 겨우 하고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찾더군요. 그러더니 까만 비닐봉투를 뒤적이더니 옆집 할머니께 금방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곤 뛰어나갔습니다. 잠시 후 싱글벙글 웃음을 띠고 돌아온 녀석에게 들고 나갔던 것이 무어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녀석 하는 말이 “오늘 학교 급식 때 닭 강정이 나왔는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기에 요즘 옆집 할머니 아프셔서 입맛 없으시니까 드셔보시게 조금 얻어 왔어요. 할머니가 정말 맛있다고 하시니까 정말 기분 좋다.” 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녀석에게 가슴이 뭉클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게 듣고만 있었습니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닭 강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린 녀석의 깊은 마음에 한없이 대견스러워 저는 자칫 눈물을 녀석에게 보일 뻔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이 많지만 이런 것이 사람 살아가는 행복이구나 싶었지요.
오늘은 시장엘 나가 털실을 조금 사다 솜씨가 없어 스웨터는 뜨지 못하고 봄조끼를 떠 할머님께 선물을 해 드려야겠습니다. 너무도 힘겨운 생을 살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께 드리는 거라 생각하고 정성껏 뜰 겁니다. 그럼 건강 조심하세요.
추신 부족한 글이 방송된다면 냄비세트를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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