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요)시공을 초월하여 꽃잎차를 음미해 보세요^^
김혜진
2013.03.14
조회 46
완연한 봄이 시작될 무렵이면 자주 들르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고택들이 모여있는 슬로우시티랍니다.

처음, 오래된 고택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시공을 초월해서 갑자기 공간이동이 된 듯한 묘한 느낌으로 인해 살짝 설레이기까지 했었지요. 얼마나 그 첫느낌이 좋았던지 지금도 그 기분에 이끌려 자주 찾곤 한답니다.

한지가 정성스레 발라진 문지방이며, 높은 천장에 든든히 들어찬 굵직굵직한 통나무들, 창고 겸 곡간...
금방이라도 구수한 밥이 따끈따끈하게 지어질 것 같은 무쇠 가마솥, 아궁이, 장작더미들...

예전엔 우리 선조들이 저렇게들 살았겠다 싶으니 그 당시의 일상들이 한토막 한토막 상상이 되면서 제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고 다니더군요. 고택안채 마루만 올려다 봐도 풍채 좋으신 양반 어르신이 나와 하인들에게 위엄있게 호령하시는 모습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금방 상상이 되곤 하거든요.

게다가 그 고택의 여주인은 손수 수거하여 말린 온갖 꽃차를 음미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에 정말 고마울따름이랍니다. 꽃빛깔만큼 고운 향기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란 맛 보 지 않은 사람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지요.

목련차에선 목련의 진하고 그윽한 향이, 민들레차에선 민들레의 풋풋하고 향긋한 향이, 벚꽃차에선 꽃잎만큼 화사하고 밝은 향이 배어나와 마시는 내내 무슨 신선이 된 듯한 착각도 든답니다^^
찻잔 속에 둥둥 떠있는 꽃잎은 마시는 기쁨을 더 배가시켜 주지요.

어디선가 실려오는 가야금과 단소소리를 들으며, 저자거리와 동네 어귀 돌담길을 거닐 땐 모터 달린 것 같던 제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늘 ‘서둘러, 급히, 빨리’ 등등의 느낌이 역력했던 발걸음에 약간 정처없는 한적한 느낌이 들어찰 때의 기분은 내면이 봄볕아래서 쭈욱~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곳에 오면 무엇보다 제 내면 깊숙이 들어찬 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기에 더욱 이 곳이 좋은가 봅니다.

바라만 보아도 꿈꾸듯 대화가 들리고, 바람소리가 느껴지고, 온기가 느껴지는 이 곳에서 쉽게 마셔 보지 못했던 여러 봄꽃차까지 음미하는 특권을 누리는 그 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제가 제일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멋진 곳으로 올 봄엔 꼭 봄소풍 다녀오세요^^

신청곡 => 조관우의 "꽅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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