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마중 봄소풍 갑니다~
정숙현
2013.03.13
조회 43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선 삶이 팍팍한 젊은 날에도 텃밭 가장자리에 꽃을 심고 가꾸셨습니다.
'부추나 상추, 배추를 심으면 반찬거리라도 되는데 쓸데없이 무슨 꽃이냐'는 꾸중을 시어머니께 들으면서도 당신이 좋아하는 봉숭아. 분꽃. 백일홍.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셨기에 우리집 마당엔 철철이 꽃이 피고 져 늘 나비와 벌이 찾아 들었습니다.
올해 82살 되신 어머니와 서울랜드 식물원으로 봄소풍을 갔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찹쌀 도너츠와 커피, 김밥을 준비하고 껍질 채 먹을 수 있도록 사과를 씻어 자르고 바나나와 포도도 쌌습니다.
바람은 좀 차가웠지만 햇살이 따스해 서울랜드 입구에서 코끼리 열차를 타고 올라가 버스를 타고 식물원에서 내렸습니다.
동. 서양란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화사하고 따스한 식물원을 구경하는 내내 어머닌 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아이처럼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시고, 야생초 이름을 맞추며 꽃에 대한 당신의 지식을 뽐내시는 어머닌 오늘의 주인공 이십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새댁을 보시곤 해외에 살고 있는 손자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나이드실수록 감정의 기폭이 심해 어느 땐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이처럼 순진하고 감정에 성실한 모습이 건강에 좋으신 것 같아 어머니 손을 가만히 잡아 드렸습니다.
늙은이 사진을 찍어 뭘하냐 하시다가 '메일로 해외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 준다고' 하니 눈을 크게 뜨고 활짝 웃으십니다.
보고싶은 마음은 하늘만 한데
그 큰 그리움을 감슴에 담고 살려니
심근경색이 생기신 것 같습니다.
식물원에서 나와 양지바른 곳을 찾아 어머니랑 둘이 커피와 도너츠를 먹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올 때 보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오니 마음이 더 쓰입니다.
화장실도 자주 모시고 가야 하고, 잘 걷지 못하시니 자주 쉬어야 합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작년에도 서울랜드 식물원으로 꽃마중을 나왔고
올해도 식물원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가까운 곳에 식물원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날씨가 조금 더 풀리면
꽃박람회가 열리는 일산으로 꽃구경을 가야겠습니다.
어머니 손잡고...

신청곡: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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