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풍가신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으시네요
최문영
2013.03.15
조회 73
이맘때쯤이면 하늘나라로 소풍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겨우겨우 철이 들었을 때 이미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기억하면서 한번쯤은 가슴이 메이도록 아름답고 서글픈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몇 년전
함께 살지 않은 형제들은 어머니를 자주 뵐 수는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위로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유난히 바쁜 그날은 왠지 어머니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일이 제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저녁 9시가 휠씬 지나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예쁜 얼굴을 하고 계신 어머니를 위해서 특별하게 사다가 드릴 선물이 마땅치가 않아 약소한 얼마의 돈을 건네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발치에 있던 서랍장에 넣어두라고 하시길래 서랍을 열었더니 때묻은 손수건에 포장된 하얀 봉투 2개가 나왔습니다.
조금은 두툼한 2개의 봉투중에 어디에다가 넣느냐는 내 물음에 아래봉투에 넣어두라고 하십니다.
물었습니다. 어디에다 쓰실려고 하느냐고?
머뭇거리시던 어머니는 위에 있는 봉투는 손자들 용돈이고 아래에 있는 봉투는 내 집을 사주시려고 모은다고 하십니다.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요즘 아파트 백만원이면 살 수 있지...하십니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도 넓다고 하시지만 아픈 병석에서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시는 어머니의 그런 행동들은 나를 너무 부끄럽게 만드셨습니다.
그해가 지나고 봄이 막 오려는 이맘때쯤 어머니는 예쁜 모습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집을 사주시겠다고 돈을 모으시던 색바랜 하얀봉투를......
봉투를 받아 쥐고 얼마나 서럽고 그립던지.......
큰소리로 불러보고 싶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도 먹고싶고, 손도 잡아보고싶은데..
그립고 그립고 서럽고 서럽고 아프고 아프고 ․․․․
소풍가신 우리 어머니는 돌아오질 않으십니다. 거기가 마냥 좋으신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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