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블로그]사랑한다, 더 사랑한다.
김지나
2013.03.19
조회 42
올해 나이 스물 다섯.
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이 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리고 지난 이 년 동안 제가 매일 같이 출퇴근 했던 곳은 제 책상 앞.
네,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이미 각오했지만
여러모로 불규칙한 생활패턴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생활 패턴이 달라지니 감정 기복 또한 심해지더라구요.
글을 넘겨야 하는데 머릿속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처럼 새하얘지더니
결국 맹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밤을 지새우기 일쑤더라구요.
힘들다가도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떠오를 때면 금방 또 신이 나고.
그러다 할 일이 끝나면 막연한 불안감에 맥이 탁, 풀리고..
분명, 사회에 나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성장통인데
회사원이나 될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툴툴대고 속상해하고, 툴툴댈 때마다 저를 잡아준 건, 엄마였습니다.
사는 건 원래 힘든 거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졸업해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느냐고. 생각해 보니, 감사할 일 투성이더라구요.
좋아하는 공부를 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어마어마한 기회까지 얻었으니.
그동안 그야말로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마음이 아파오더라구요. 스물 셋에 시집을 온 엄마..
지금까지 엄마는 엄마로서의 삶만을 살아왔더라구요.
좋은 것, 예쁜 것, 맛있는 것은 모두 저와 언니 먼저 챙겨주느라..
라디오 듣는 시간 외엔, 엄마만의 시간도 없더라구요.
그나마 라디오를 들을 때도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분명..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 텐데,
엄마의 꿈이 있었고, '엄마' 말고 엄마의 진짜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을 텐데.
왜 그 마음을 진작 헤아리지 못하고 툴툴거리기만 한 건지..
그래서 이렇게 사연으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엄마, 그동안 못되게 굴었던 것.. 서운하게 굴었던 것.. 다 미안해요.
엄마가 못 이뤘던 꿈까지 다 이루도록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살게요.
사랑합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라이어밴드의 사랑한다, 더 사랑한다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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