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지인 중 생일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는데 24년 결혼 생활 하면서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소금이 잔뜩 들어간 소태미역국이었는데 성의가 괘씸하여 미역국에 밥말아 먹고 출근 했다구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울 남편도 미역국 끓여주겠다는 열의를 내 비치지 않을까 기대하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코를 골며 단잠을 자는 남편을 보니 괜시리 서운함이 밀려오더군요.
그런데 고3 아들이 눈 뜨자 마자 부엌을 나오더니 미역국을 끓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지독한 감기로 벌써 2주째 고생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미역을 물에 불려서 체에 받쳐내고 간장과 마늘을 함께 버무려 놓고 미역국을 끓여 냈습니다. 국간장이 아닌 진간장이 조금 들어가 맛이 오묘해 지긴 했지만 아들의 정성에 감동 받았습니다.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는데 아들은 엄마 편인가 봅니다. 생일아침이 허전하지 않게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을 보니요. 남편이 출근한 뒤 꽃바구니가 배달되어왔습니다. 그래서 미역국 끓여주지 않은 서운함을 털어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또 한 살을 잘 살아내야겠네요.
신청곡으로 권진원- Happy Birthday To You
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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