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또 그런 사람 없습니다>부탁드립니다.
이청숙
2013.06.04
조회 115
언제부턴가 화장대 앞에 자주 앉게 된다. 서랍을 여는 순간 행복바이러스가 가득 퍼진다. 서랍 속 숨겨둔 봉투 하나. 쳐다볼 때마다 절로 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내 생일에 두 아이가 시험기간이라 미역국을 끓여먹지 않았다. 엄마 마음이란 게 미신인 줄 알면서도 자식한테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 싶은 마음에 그냥 넘어갔다.
작년까지 남편한테 꽃바구니를 받았는데 솔직하게 꽃바구니를 사절한다고 말했다. 가격도 비싸고 분리수거하기도 힘들고... 분위기에 약하고 감성적인 나도 어쩔 수가 없나보다. 예전에는 꽃바구니를 보면 ‘와~ 예쁘다’는 감탄과 마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이젠 ‘얼마일까? 차라리 돈으로 그냥 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내 생일 이틀 전에 미리 가을 분위기에 맞는 갈색의 스카프를 선물해줬다. 마음에 들어 남편 보란 듯이 외출 때마다 두르고 나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집 아파트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딸아이 문자 받고 마중 나가는데 남편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딸아이 책상 위를 보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 이 시간이면 안방에서 자고 있을 남편인데 ‘뭐지?’ 궁금함에 다른 날과 달리 빠른 걸음으로 돌아왔다.
딸아이와 같이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예쁜 봉투를 발견했다. 새삼스럽게 편지를 다 전해주는구나 생각하면서 봉투를 열었더니 편지지는 없고 다림질를 한 것처럼 빳빳한 만 원권이 45장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또다시 남편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내년에는 얼마일까? 한 살 더해서 46세 아줌마니까 당근 46만 원이겠네!
100만 원 받을 때까지 건강하게 내 옆을 지켜라! 애들 때문에 고생이 많네. Thanks^^>
옆에 있던 딸이 “우리 아빠 멋진 데.”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피식 웃음이 나더니 남편의 진심이 전해져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지금까지도 그 돈을 쓸 수가 없었다. 보물이라도 간직하듯 화장대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신청곡 이승철의 또 그런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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