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 버틸 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게 아이든 집이든 서푼 같은 직장이든
어딘가 비빌 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프가니스탄의 총소리도 잊을 수 있고
사막의 먼지 위에 내리는 눈 녹듯 잊을 수 있고
종군 위안부의 생생한 묘사, 아나운서의 침착한 목소리
아이 떼놓고 울부짖는 엄마의 넋나간 얼굴도,
창밖으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버스만 내리면, 이거 또 지각인가
손목시계 내려다보며 혀 끌끌 차며
정말 아무렇게나 잊을 수 있지
무언가 버틸 게
있다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이지
특히 오늘같이 세상 시끄러운 날은
라디오 뉴스 / 최영미 시
죽어라 뛰어가는 세상
뒤통수치고 발목잡는 일터
뒤로 처져 쉬기도 하고
천천히 걸어가는인생
무언가 버틸게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감사한 일인지 알지라
괜찮아 / 진주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