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힘내세요
윤종근
2013.06.24
조회 52
저희집엔 "노총각"도 아닌 "묵은지 총각" 한분이 사십니다

그 분은 저의 오래된 삼촌이시죠

나이 오십이 넘으셨구요 물론 솔로시구요 삼촌이 계셔서 서른넘도록

장가를 못간 저는 거의 "어린이"수준이죠 그래서 구박도 안받고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삼촌이 제겐 생명의 은인이신거죠

그...러...나

우리 천사같은 삼촌의 결함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건바로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는거죠

머리를 감거나, 빗질을 할때, 혹은 선풍기 바람을 쐴때...머리카락

하나가 빠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두 손으로 그 민둥산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시곤 얼마나 속상해 하시는지 참 불쌍하답니다

우리집의 첫째소원은 통일이고 둘째는 삼촌의 결혼일만큼 아빠와 엄마는

동네 처녀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실 정도였죠

하루는 엄마가 "서방님 이젠 고집좀 그만 부리시고 얼굴이나

한번 보세요~" 하며 사진을 건네자

"형수님 제가 늙긴했지만 애딸린 아줌마한테 장가 갈 순없습니다"

하며 고집을 부리자

엄마의 이 한마디가 삼촌을 선자리로 이끌게 했다 "20년넘게 내가

서방님 밥해주는 밥순이예요?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아무나 만나서 장가를 가야지 돈이많이 그렇다고

키가커? 쭈글쭈글한 대머리 주제에 어디서 처녀를 찾아!"...

그날밤 맞선을 보고온 삼촌은 먹구름낀 얼굴로 아무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선자분과 전화통화를 하는 어머니"이그이그 남자가 성실하기만 하면

되지 대머리면 어떻다고 그래! 지가 그런거 따질 처지야!" 하며 전화를

끊더군요

그렇습니다 삼촌이 또 차인거죠

불쌍한 삼촌을 위로하기위해 방문을 빼꼼히 열었는데

삼촌은 책상서랍에서 그동안 빠진 머리카락 뭉치를 꺼내놓고 "엉엉"

울고 계셨습니다

웃어야할찌? 울어야할찌 모르겠더군요

"삼촌! 빠진 머리카락에 집착하지말고 결혼에좀 집착하세요 제가

"똑딱이"가발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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