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노래교실 애창곡을 공개합니다~^^
방유미
2013.09.02
조회 163
저희 시어머님은 저희 신랑이 초등학교2학년때 온 가족을 데리고 상경하셨대요.
전북 시골마을에서 농사만 짓던 시부모님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을 이용한 노동뿐이었죠. 두분 모두 건물청소, 아파트 청소등을 하면서 셋째아들인 저희 신랑을 포함한 사남매를 모두 번듯하게 키우셨답니다.
그러다가 시아버님이 사고로 머리를 다치시면서 10여년 넘게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못움직이시고 누워 계셨어요. 어머님은 가장역할, 한참 학비 들어갈 나이의 자녀들 뒷바라지... 모든걸 감당하셔야 했죠.
작은키에 통통한 몸으로 정말 쉴새없이 움직이셨답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하고 1년뒤... 아버님은 결국 세상을 떠나시고... 항상 아버님 병치레로 힘들어 하시던 어머님은 막상 아버님이 떠나시니 한동안 맘이 힘들어 낮엔 항상 울고 계셨어요.. 자기 일들이 바쁜 자녀들은 안타까워 하기만 할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좀 지난 지금은 동네 친구분들과 등산도 하시고, 구청에서 하는 노래교실도 다니세요. 얼마전엔 가족모임에 갑자기 악보를 하나 꺼내어 보여주시는 거에요. 요즘 노래교실에서 배우는 노래라고 하시며... 바로 2am의 '죽어도 못 보내' 였어요..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배운다는 말씀에 새삼 놀랍기도 하면서, 즐겁게 나즈막이 부르시는 어머님을 뵈니... 앞으로 여행도 자주 보내드리고 맘 아픈 일 없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혼여행때 기내 면세품으로 사드린 크림을 받으시면서 '이런 비싼걸 왜 사오냐...'고 하시면서도 찾아뵐때마다 '그 크림 좋더라...'하고 말씀하시는 어머님.. 아이 낳고 키우느라 비싼 크림 하나 제대로 못 사드리지만, 언제나 자식, 손주들 잘 크는게 젤이다~ 를 외치시는 어머님께 항상 죄송하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어머님이 한참 좋아하면서 부르시던 2am의 '죽어도 못 보내'를 신청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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