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손 잡아본 댓가로 결혼을 했답니다.
채성옥
2003.05.16
조회 85
유치원교사 3년차였을때의 일이랍니다.

개인 사립 유치원보다 고생이 더 되지만 종교적으로
마음이 편해야된다는 생각에 교회의 부속유치원을 택 했답니다.
그땐, 내가 다니던 교회를 포기하고 근무하는 유치원에서 봉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 교회에 다녔답니다.

주일이면 나혼자 다른 교회에 가기 싫었지만 책임감으로 마지 못해 다녔는데 어느날 목사님은 청년부에도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화들짝 놀랠 일이었지만 목사님 말씀은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때문에 할 수 없이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또래가 많았지만 낯가림이 심해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냥 왔다갔다했지요.
어느날, 틈새시간을 이용해 모인 자리에서 같은 동갑이 셋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잘 지내게 되었는데(남자 1, 여자 2)
우리집에 데려다준다고 함께 왔다가 그 둘이서 돌아가곤했지요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둘일거란 생각에 난 편한 마음이었지요)

남자의 생일날 축하한다는 만남을 약속했는데
나 혼자 도토리가 될 것 같은 생각에 슬며시 바람을 놨습니다.
둘이서 재밌게 보냈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어느날 남자가
영화를 보자고 했습니다.
다른 친구는 시간이 안된다기에 그런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둘이서 미리 짰더군요.
그 날 그 남자가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학기가 되어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어 셋이서의 만남도 뜸해지고
우리 유치원과 남자의 회사 위치가 비슷해 가끔씩 둘이서만
만나곤했지만 교회이야기, 신앙이야기만 했지요

어느날 엄마는 그 남자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도 유치원이나 교회에서의 일들을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를 해 엄마도 그 남자를 아셨지요.
저녁에 집에 온 남자와 엄마는 오랫동안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마는 우리집형편과 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남자를 내 결혼상대로 생각하셨고 남자는 장모님이 되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땐 유치원교사의 일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며 결혼따윈 하지 않을거라 큰소리를 하며 교만하던 때였는데 어떻게 그 남자가 좋아졌을까?
동갑내기 중 여자둘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고
남자는 유난히 추위게 강해
남자는 우리의 한손을 잡아주곤 했는데 남자와 처음 손을 잡아 본 나는 전기를 느꼈나봅니다.
지금도 친구들은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손 한본 잡아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바보는 나 밖에 없을거라 놀린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결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님이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축복이었음을 나중에 알았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며
새삼 우연히 손을 잡아주고 결혼까지 해 준 남편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끼게됩니다.
10월이면 2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결혼생활은
지혜, 혜인, 상혁이가 있어 더 행복하고 더 튼튼한 신앙생활을 합니다.

지금도 내가 철부지로 보인다면서 아이를 넷이나 키우는 어려움을 언니에게 일러 나만 언니에게 야단맞게 하는 남편이지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 남편은 언니가 장모님 처럼편하답니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잎쌈을 준비해 놓아야겠습니다.


************************************************************

한 시간에 걸쳐 쓴 글을 잘못 눌러 다 지워져 다시 썼습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