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뽕,우리 정동진 갔다온 이야기 올리면 어떨까?")
천순희
2003.06.12
조회 101

"우리여보: 조~~치."
몇 해 전이더라 기억이 잘 나질않네.
기억을 더듬어보니, millennium bug 니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1999년 11월말쯤으로 기억되어진다.
어느 통신회사에서 다가올 "millennium day"를 기념하기위해 주최한 것으로 신청한 통신가입자중 추첨을 통해 정동진으로 해돋이를 보고오는 코스였다.
11월29일 -- 그날은 우리부부가 같이 살아온지도 14주년되는 뜻 깊은 날이기도해서 남편이 나 몰래 사연과 함께 신청하였으나, 당첨되지 못했다.
남편은 통신회사 여행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뜻깊은 사연을 가진 사람을 탈락시킬 수 있느냐며 안타까운 항의를 했다고 한다.
고맙게도 쾌히 받아들여져 , 오르게 된 짧은 여행 이야기....
결혼하고 자식 낳고 키우랴!, 집 장만한다고 허리띠 졸라메고 살랴! 결혼전 현실적이지 못한 나는 생활을 잘 몰랐던 탓에 그런 생활이 쉽지 않았다. 팍팍한 현실에 사랑하지만 벅어워서 남편을 깨나 힘들게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린 탓도 있었지만 ,가족여행외에는 둘이 시간을 갖는다는것에 대해 여유가 없었다.
친정에 우리 두 혹(아들들)을 맡겨두고,여행경비일체가 공짜라는 생각에 우리부부는 싱글벙글... 참 좋았다.
강남 어느 공원-- 여행에 동행할 연인들을 태우기 위해 여러대가 즐삣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자정이 되어 우리부부는 배치된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
버스에 탐승해보니,우리처럼 늙은 연인은 하나도 없고, 지금 한참 연애중인듯 풋풋함이 묻어나는 연인들뿐이었다.
젊은 연인들속에 이방인임을 느끼는 순간, 우리 부부는 마주보고 겸연쩍게 웃었다.
가는내내 우리부부는 손을 꼭 잡고,"사랑하다고,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고".그 동안 서로 잘못에 대해미안하다고,--- 그 순간 우리는 꿈같은 결혼전 젊은 연인으로 돌아가 있었다. I love you~~~~~~~ 째즈음악선율에 취해 우리는 너무도 아름다운 연인으로 도취되어 갔다.
구불구불 ~~~ 강원도 절경을 지나 새벽4시쯤 정동진에 도착한 일행들은 간단하게 마련 된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겨울바다가 출렁이는 해변가에 마련된 무대앞에 모여들었다.
박상민을 비롯해 괘 이름있는 가수들에 새벽공연--- 환상 그 자체였다. 해가 뜨기전 어둑한 바닷가, 휘황한 조명불빛,무대를 둘러싸고 터지는 폭죽,그 자리에 모인 연인들은 탄성을 아낌없이 토해냈다.
어쩜!,그렇게 노래들을 잘하는지.. ..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퀴즈, 게임도 이어졌다.
나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했지만, 남편이 젊은사람들에게 양보하라고 말류했다.
나는 끼를 누르다 못해 "당신 왜 그래, 젊은사람들속에 우리처럼 나이먹은 사람이 오히려 튈수 있는것 아니야".하면서 남편손을 끌어잡으며 무대위로 올라갔다.
사회자는 무대위에 올라온 연인들을 차례차례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귄지 몇 개월 되지않은 연인들이었다.
대학축제때부터 시작된 우리만남은 20년,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것, 당연히 그 속에서 킹카가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무대위에서 게임도 하고, 진한 애정표현도 하고, 결정적으로 댄스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우리부부----5박6일호주여행권(영예의 대상--350만원정도),과일바구니, 꽃다발등등 팔이 휘어질 정도였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놀라운 행운에 넋을 놓고있는데, 저 멀리 지평선위로 부끄러운 듯 붉은 해님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내 환해진 해변가, 공연은 끝이나고 각자 개인시간이 주어져 사진도 찍고, 주변을 배회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11시쯤 우리들은 타고 온 버스에 다시 몸을 실어 서울로 향했다.
짧지만, 우리부부에게 그 어떤여행보다도 가슴깊이 새겨져 잊을 수 없었던 달콤하고도 짜릿한 꿀맛같은 여행이었다.


나중에 돌아와서,그 통신회사 사보에 글도 올리고,여행을 갈 수있게 해준 과장님께 인사도 드렸다.---그 과장님,너무 기뻐해주시며서 놀라워 하셨다. 여행 다음날, 정동진에서 펼쳐졌던 패스티발공연모습도 신문보도사진에 실렸다. 우째! 이런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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