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한 추억]★그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양지영
2003.06.27
조회 47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따가운 햇살을 물리치고 찾아온 비구름이 온 세상을 뒤집는다 싶었더니, 이내 낮은 지대에 있던 저희학교 주변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학교는 높은 언덕위에 있었기에 그 물바다에서 해방될수는 있었지만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교실안에 갇힌채 불안에 떨어야 했죠. 당시 기숙사에 살았던 저와 제 친구들도 온통 암흑천지가 되어버린 학교안에서 건전지에 의존한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세상의 동태를 살폈답니다.

그런데 얼마후 1층 식당 쪽에서 우루루루 쾅~ 하며 무엇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놀란 저희는 무서워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한쪽편에선 끊임없는 주문을 외우듯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불안했던 저와 제 친구몇명은 조심조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고 마침내 그것이 학교 뒷산에서 떨어진 바위때문에 기숙사 식당이 무너진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바로 그때 우리의 hope 교장선생님.. 용기를 내어 저희 앞에 서시더니 혹시 다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식당으로 같이 가보자고 하십니다. 그러시더니 "걱정마! 이래뵈도 이 선생님이 해병대 출신이라니까.. 무슨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내가 지킨다! 자! 출발~" 하시며 앞장서서 걸어가시더군요. 숨도 죽인채 조심조심 그렇게 몇발짝 걸어갔을때.. 갑자기 또 우루루 쾅하며 남아있던 바위의 잔재가 식당을 덮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순간 너무 무서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소리만 지르고 있는데... 그때 번쩍 하고 정신을 차린 제 눈앞엔 해병대 출신답게 재빨리 뛰어가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날 저희는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인기가 제일 좋았던 터프 교장선생님의 이미지 구겨지는 모습을... 일찌감치 도망가셔서 비에 홀딱 젖은 모습으로 저희를 바라보며 서럽게 우시던 우리의 hope 교장선생님~
"야! 이 맹추들아~ 바위가 떨어지면 도망와야지! 거기 서있으면 어떡해! 너네들땜에 내가 10년 감수 했잖아~ 흐흐흑..."
하지만 선생님의 그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우리였기에 저희는 그 빗속에서 한참을 껴안고 너무도 서럽게 울었답니다.

그후로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갑자기 교장선생님의 그 모습이 떠오른답니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내리는 이 비를 보며 선생님도 저희를 떠올려 주시겠죠? ^^
선생님~ 그땐 말씀 못드렸지만 재빨리 뛰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정말 해병대 출신답게 엄청 멋지셨어요! 그때 그 모습처럼 항상 건강하세요!

신청곡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