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멈추고 잠시 옛생각에 잠겨 봅니다.
갈래머리 흰색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 그리고 검정색 단화.
아침에 밥은 굶어도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 점검은 필수.
등교 시간마다 교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생활지도 선생님과
선도부 언니들의 따가운 눈총과 뒤따르는 벌칙을 죽기보다
더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지 튀는 아이들은 꼭 있었으니
노는 애들이죠.
걔네들의 특징
꽉 끼게 줄여 비비안 리 허리처럼 졸라
숨이라도 크게 쉬면 바늘땀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교복 블라우스.
스커트는 무릎 아래로 몇센티미터의 규정이 있건만
교문앞에선 정상, 밖에선 허리단을 접고 접어 무릎 선에 맞춰 입고.
항상 앞머리는 핀컬 파마로 멋 부리고. 이 정도는 기본.
그리고 책가방안에는 약간의 색이 있는 로션.
그걸 바르면 얼굴이 뽀샤샤 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립그로스.
교과서, 참고서로 가방이 무거워 지금도 오른쪽 어깨가 약간
쳐져 있는 나.
그치만 노는애들 가방안에는
그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캔디' 만화책 몇권.
조용필 오빠 사진. 왕영은 언니.
유명한 연예인들의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환상적인 포즈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엽서 사이즈의 수도 없이 많은 사진들을 보며
아침 자율학습. 쉬는 시간할 것 없이 들여다 보고 떠들어 대던
그 아이들.
공부좀 한다 했던 난, 가끔 그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지르고...
그렇지만 나의 속마음은 부러움...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날나리들이 부러웠습니다.
난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한치라도 어기면
큰일이라도 나는양 곧이 곧대로.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답답합니다.
같이 어울려 보고 싶었지만
주변의 기대를 저버릴수가 없어 조신하게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제게도 날나리들과 함께 할 기회가 왔는데
바로 소풍날 장기자랑.
그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는 몇명의 아이들만 참가하는 것보다
우리 반의 대부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라고 ...
그리하여 생각해 낸 작품이 패션쇼~
며칠을 음악에 맞추어 연습, 구박 받아가며 (상황 반전) 연습.
드디어 소풍날.
야시시한 검정색 롱치마에 스카프 멋들어지게 매고
원투스리 스텝 밟으며 포~즈
얼마나 어색하고 몸은 뻣뻣한 막대기인지...
당당하고 멋진 그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부렵기만 했습니다.
쇼의 마지막엔 모두 함께 춤을 추어요.
음악에 맞추어 흔들흔들...
우리반이 일등을 해야 한다는 욕심 하나로 얼굴 철판 깔고
흔들었습니다.
그런 내모습에 날나리들 날 보고 놀란 표정.
그후로 몇몇의 노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정이 많고 의리가 센지 학교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이 잘 보냈습니다.
반장을 했던 전 가끔씩 노는 아이들때문에 학급의 일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후론 일사천리.
협조 100%.
지금 전 그때 놀았던 그 애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큰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애들아,
나도 이젠 날나리 되었다.
놀땐 확실하게 놀 줄 아는 날나리.
아마 상상이 잘 안갈거야.
지금 보면 그때 날나리였던 아이들이 결혼해선 살림도 잘하고
자식들도 잘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열정,끼를 이젠 다른곳에 쏟고 기 때문이겠죠.
이제와서 고백하는데
"나도 노는 애, 날나리이고 싶었어."
오늘 양심 고백하게 해준 유가속 두바퀴 코맙습니다.
장기자랑 마지막 무대에서 신나게 흔들었던 그음악
함께 춤을 추어요.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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