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청바지
박부영
2003.07.22
조회 49
안녕하세요.
오늘 우리 할머니 이야기 사연으로 올립니다.
저희 할머니가요. 글쎄요....?

제가 제일 아끼는 청바지가 하나 있답니다.
왜 그렇잖아요. 많고 많은 옷 중에 제일 아끼는 옷이요.
휴일인 다음날 회사 동기들 모임에 예쁘게 입고 갈려고
양쪽 무릎쪽을 예쁘게 뜯어 놓았답니다.
거의 2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해 예쁘게 말예요.
저는 제 작품이 마음에 들어 만족해 하며 옷걸이에 걸어 놓고
잠을 청했어요.
다음날 동기들은 제가 직접 찢어서 만든 청바지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빌려달라고까지 하더군요.
그후 저는 이 청바지를 매우 소중하고 아끼게 되었답니다.
어느날 세탁기로 빨면 망가질까봐 손빨래를 해서
건조대에 집게로 찝어 말려놓았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여느때처럼 저희 할머니는 침대 위에
가지런하게 개어서 제 빨래를 올려 놓으셨더군요.
옷걸이에 걸려고 청바지를 쭉 펴서 드는 순간
저는 좀 이상했습니다.
청바지에 구멍이 사라져 버린것이졌지요.
순간 다른 청바지인줄 착각하고 제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청바지는 제가 제일 아끼는 분명 찢어진 청바지였습니다.
자세히 청바지를 관찰해 보니
꿰맨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짓을 누가 했을까 할머니임을 의심하면서도 범인을 찾기 위해
청바지를 들고 식구들이 모여 있는 거실로 나왔죠.
"누구야.. 누구?"
"누가 내 청바지 꼬맸났어? 응?"
저는 대뜸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할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저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빨래를 겆어서 보니 구멍난 청바지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에 바느질을 해 놓으신 것입니다.
"내가 그랬는디 어째 그러냐?"
"할머니가 그랬어?. 이것이 뭣이다요?"
"어째그냐... 잘못 꼬맸냐? 바지가 떨어져서
꼬매났는디..."
할머니는 제가 청바지 잘 꿰매 주셔서 감사할줄
알고 계셨나봅니다.
"아따, 할머니 내가 일부러 이쁘라고 구멍내 났는디
그렇고 꼬매나 불먼 어쩐다요..."
"오매.. 그랬냐... 나는 떨어진줄 알고 꼬맸다 잉"...
저는 거실에 청바지를 던져놓고 씩씩대며 제 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와 버렸답니다.
어려운 시절에 바느질 일을 하셔서 그런지
우리 할머니는 아주 촘촘하게 잘도 꿰매 놓으셨더군요.
바느질 솜씨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소중한 청바지 하나 잃어버렸구나 생각하며
저는 분에 못이겨 빨리 잠을 자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었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 할머니는 웃으시며 저에게 청바지를
건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나.. 봐라. 괜찮헌가..."
저는 청바지를 펼쳐보았습니다.
촘촘하게 꿰매놓은 청바지가 다시 구멍이 나 있지 않겠어요.
"할머니, 뭣허러 또 뜯었소..."
"아니, 네가 그랬냐... 일부러 구멍내났다고..."
"아따, 할머니 어째 그요..."
저는 너무너무 기가 막혀서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손주 바지가 뜯어져서 정성들여 꿰매놓으시고
또 꿰매놓은 바지를 가지고 투정부린 저에게
미안하셨던지
밤에 주무시지도 않고 하나하나 풀어놓으신걸
생각하니 솔직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십니다.
3년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골에서 혼자 농사지으며 사셨는데
농약하시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난 뒤
몸이 빨리 회복이 안되셔서 지금 저희집에 계시답니다.
저희 할머니가 빨리 건강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양희은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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