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서 피서하던날
조영식
2003.07.22
조회 42
휴가
룰루랄라 룰루랄라
신나는 휴가날을 잡고 기다리는 마음은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에 구름이라도 뛰어 올라 잡을
수 있을 듯 들든 기분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큰애가 7살때 였으니 11전 일이다.
계모임을 하던 친구들이 가족 동반으로 멋진 휴가를 떠나기로 계획했다.
승합차 3대가 먹거리와 텐트를 가득 싣고 남해고속도로를 지나 지리산 자락 계곡으로 들어 갔다.
울창한 숲이 안겨주는 청량감에 환호성을 지르면서 좁은 계곡길을 올라 갔다.
길아래 계곡에는 큼직큼직한 자연석 바위들이 뒹글듯 자리했고 진녹색 융단을 깔은듯 빽빽한 산림에 어서 빨리 자연속으로 빠져 보고 싶은 조급함에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휴가철답게 괜찮다 싶은 자리엔 빈틈없이 피서객들이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깊이 깊이 들어가는 동안 굽이굽이 꺾어지는 산길에 멀미까지 나서 처음 기분과는 달리 몸과 마음이 지쳐 버렸고 옆에 앉은 아들녀석은 답답한듯 얼굴과 온몸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무려 1시간 가까이 내달린 끝에 야영 장소로 적합한 장소를 찾아 차는 멈췄고 모두들 지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다. 모두들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며 배고픔을 호소하는데 서둘러 식사 준비를 한다해도 한시간은 걸릴터라 밥보다 라면을 먹자고 합의를 보고 서둘러 화물칸에서 짐을 내렸다.
남편들은 텐트를 치고 아내들은 부식보따리를 풀고 어수선한 틈에도 아들녀석은 물이 어딨냐며 나를 졸라댔다.
그래서 몸이 제일 부실해서 힘을 못쓸것 같은 아빠 한분을 선정하여 아이들을 통솔하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게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 올라 오더니
"아줌마 진식이 물에 빠졌대요." 하는 것이였다.
난 들고 있던 도마와 칼를 던져 버리고 돌아섰다.
"뭔 소리냐? 성한이 아빠는 어디가셨는데?"
하고 뛰어 내려가려는 순간 성한아빠가 우리 아이를 앞세우고 올라오고 있었다.
난 다리가 떨려서 언덕길을 내려가지 못하고 주저 앉아 버렸다.
우리 아들 녀석은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있었다.
찰랑찰랑 흔들리던 머리카락은 두상에 찰싹 붙었고 온몸에 착 달라 붙은 옷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파랗게 질린 낯빛과 입술은 아예 쥐색이 되어 벌벌 떨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을 텐데도 엄마한데 혼나겠다 싶었는지 다른 사람들 사이로 숨어 버리는거였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성한이 아빠에게 어떻게 된일인지 물었다.
샌달을 신은 아들녀석이 매끌매끌한 바위를 껑충껑충 뛰어 건너가다가 미끌어지면서 바위 아래 물로 풍덩 빠져 버렸단다.
투명하고 맑은 계곡물은 보기 보다 깊어서 아이키를 넘겼고 사방이 바위로 싸여있는데 성인의 아름을 넘기는 매끈매끈한 바위 어디를 잡고 힘을 쓸수가 없어서 어른인들 발이나 손을 뻗을 수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다는 것이였다.
안절부절 하고 서 있는 사이 다행히 아이가 물 흐름을 타고 버둥거리다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는데 계곡물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얼음물 같아서 아이는 거의 얼어버릴 처지였다.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면 아이는 체온이 떨어져서 큰일을 당할뻔 했던거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 아이를 와락 끌어 안고 꼬옥 안아 주었다.
"엄마 나 물에 안갈께요."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 아이가 먼저 말문을 열어 나를 더욱 울렸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리 모자를 지켜 보고 있던 일행은 두말 할것 없이 장소를 옮기기 위해 짐을 꾸렸다.
어느새 불어 버린 라면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짐을 싸들고 왔던 방향으로 빠져 나왔다.
바위도 모래도 없는 자갈이 많이 깔린 이름 모르는 냇가에 자리를 잡고 여장을 풀고 안전한 물놀이를 하고 돌아왔다.
징검다리-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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