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부렁
덜덜덜
2003.07.25
조회 55
제가 태어나서 첨으로 거짓말을 하였다는 기억이 나는 사건은 바로 우리 고모를 속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여섯 살 쯤이지 않았나요?

사촌 언니의 앙징맞은 우산을 저에게 빌려주시는 고모는
"이거 우리 딸이 아끼는 것이니까 꼭 돌려줘야 한다. 알았지? 다음 주에 놀러올 때 가져와!"
라고 말씀하셨기에 저는 소중하게 받아들고 정말 잘 갔다 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쓰고 가던 차였습니다.

문방구 앞을 지나치는데 문득 고모가 주머니 안에 넣어준 20원이 생각나는 것 아닙니까?
이 문방구 안에는 캔디의 종이인형이 20원인데 최신형이어서 부츠도 그려잇었고 또 가발도 씌울 수있는 아주 이쁜 종이인형이 있다는 것이었죠.

저는 얼른 우산을 팽개치고 종이인형을 고르고자 문방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러 장을 펴 놓고선 이걸 고를까 저것을 고를까..
하는데..
정말 한참동안 망설이게 할만큼 캔디 인형은 이쁘기만 하였습니다.

저는 또 망설였습니다.

어느새 우산은 안중에도 없게 되고

드디어 고른 캔디인형이 혹 우산 속에서라도 젖으면 안되겠다 싶어 잠바 안으로 곱게 집어 넣어 다시 지퍼를 올려서 단단하게 가렸습니다.

그리고 찾아본 우산!

아아아..
우산은 누군가가 집어 갔는 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저는 머리칼이 위로 솟는 것 같이 무섭기만 하였습니다.

고모가 신신당부했던 우산인데..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저는 결국 그 우산을 찾지도 못한채 약속한 다음 주가 되어서 빈손으로 고모댁을 찾았지요.

고모는 우산의행방을 물었지만 저는 그만
"그 우산여 어떤 아저씨가 화악 하고 가져갔어요. 달라고 했느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달려갔어요 저는 못 따라갔지요."
하며 어색한 거짓말을 떠듬거리는 말투로 하지만, 불쌍한 표정을 한없이지어보이며 눈물까지 지어보이는 완벽한 연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고모는 저의 거짓말을 알아채리셨겟찌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신 채 그대로 넘어가주셨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엉성한 거짓말이었는지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물론 고모가 요즘 말씀하시길
"어쩌면 어린 것이 그렇게 얼굴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잘 하던지..."
하시는데....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니 아마 어린 저에게도 양심이 있었던 모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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