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상 장이 좋질 않습니다.
그래서 걸핏하면 배탈이 나곤 하니 특히나 음식물 상하기 쉬운 여름철이면 조심조심...마치 임산부의 행동처럼 언제나 극조심을 기울어야 했지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정말 부끄럽고 창피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때 왜 그렇게 식욕이 동했는지요.
친구 놈들과 같이 피서랍시고 준비한다는게 바로 우리 집 앞 대원통닭이라고 그저 양 무지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한 통닭 집에서 후라이드 두 마리를 시켜서 박스도 아닌 흰 종이로 둘둘 말라서 검정 비닐봉투에 담아주는 통닭을 가지고선 우린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먹성 좋은 친구들은 물론 버스 안에서 그 통닭을 다 해치웠지요.
저 역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그 후라이드를 그저 제 좋지 못한 장의 염려를 하기 보다는 친구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많이 먹어두자..라는 속셈으로 속도를 높여서 마구 먹었습니다.
역시나 두어시간 남짓 걸려서 도착한 바닷가..
친구들은 그저 바다다..하면서 발부리에 돌이 걸리는 줄도 모르고 폴짝폴짝 뛰는 녀석도 있었고 또 서투른 제비를 뜬다고 그저 댓살배기의 머리만한 돌을 집어서 던지는 무식한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좋았지요.
아..바다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구나...싶어서 저도 바닷내음을 맡고자 가슴을 팍 펴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통증이 아랫배를 누르는 것 아닙니까?
이거..느낌이 왔습니다.
배탈이구나...
저는 들고 있던 짐들을 놓고 화장실로 가고자 하였는데 친구녀석들..도대체 어디로 갔는 지 한 놈도 보이질 않는 것입니다.
어어어..?
어쩌지? 이 통닭 봉투를 놓고가면 누군가 집어갈 텐데..
하지만 어딜 들고 간단 말인가?
배는 점점 아파왔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로 들고 달려갔지만 우와..무슨 사람이 그토록 많은 것입니까?
점점점 배의 고통은 강도를 높여왔길래 저는 저만치..아주 저만치...의 한산한 바닷가 끄트머리로 달려가서 그 봉투 속 후라이드를 꺼내어 손으로 들고 비닐 봉투 안에다 나의 배설물 들을 유감없이 쏟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모래 속 깊이 묻었습니다.
물론 한 손으로 종이에 쌓인 후라이드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모래를 팔려니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될 수있으면 재빨리 그리고 깊이 묻으려고 했습니다.
적당히 발로 덮은 후 다시 친구들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까지 불과 몇 분 걸리지 않았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멀쩡한 얼굴로 손에 든 후라이드를 건네주었습니다.
물론 먹성 좋은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더군요.
저는 절대로 더 이상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통닭 이야기를 감춘 채 친구들과의 바닷가 추억을 조심스럽게 만들어 갔습니다.
친구넘들아!!
맛있떠냐?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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