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그때 그 오빠들
이진숙
2003.07.30
조회 49
저는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시집오기 전까지 거기 살았어요.
그리고 스무살때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인천으로 놀러갔는데,
영종도에서 배 타고, 용유도로 들어가
거기서 또 버스타고 을왕리 해수욕장이란 곳에 갔지요.
정말 멀고 먼 여정이었습니다.

젊은 처녀들끼리 여행을 갔으니
당연히 남자들이 아니 꼬일리가 없었습니다.
텐트를 치고 있자니
정말 조금만 뻥을 쳐서 수십명의 남자들이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하고 작업을 걸어왔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남자를 돌로봐야 한다'고 누누히 말해놓고는,
몰래 남자들을 물색해서
제일 잘생긴 팀에게
좀 도와달라고 말을 했지요.

어쨋든 그래서 인천에 살고 있다는 오빠들과 친해졌는데,
우리는 그때까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만 보다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인천 남자들에게 정말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같이 산책 하실래요?"
"저녁은 우리가 준비할께요."
이렇게 친절하고 예의바른 남자들때문에
우리의 이박삼일 일정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꿈같은 삼일이 지나고 배를 타고 다시 월미도에 도착하자
우리는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웠지요.
하지만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할수 없이 월미도 선착장에서 캔 커피를 하나씩 나눠마시고
헤어졌어요. 물론 서로 연락처는 주고 받았지요.

마음 같아서는 자주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대구, 그쪽은 인천...너무 멀었답니다.
결국 편지질 몇 번으로 그때의 인연은 잊혀져갔고,
저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
너무 무뚝뚝하고 무신경한 남편때문에 열 받을때,
그 다정하던 인천 오빠들이 생각난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다들 장가는 갔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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