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해운대에서 생긴 일
정은정
2003.07.30
조회 43
제 나이 여섯살때 우리 식구, 삼촌식구 이렇게 두 식구들이
해운대 바닷가에 피서를 갔습니다.
파라솔 하나를 빌려서 통닭도 먹고 수영도 먹고
재미나게 놀았죠.
그때 해운대 피서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그 수많은 인파,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사람 많은데 갔으니 아버지는 당연히
어린 저를 잃어버릴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죠.
아버지는 저에게 멀리 우뚝 솟아있는 미아보호소를 가리키면서
길을 잃었다 싶으면 무조건 저기에 오라는 말을 하셨어요
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죠.
그 시절 해운대 파라솔은 거의 수백개도 넘을만큼
많았어요. 우리가 빌린 파라솔도 그 무리중의 하나였지요.
저는 파라솔 아래에서 통닭을 뜯다가
저 만치 언니와 오빠가 모래성을 쌓고 있는 걸 보고는
그 쪽으로 달려 갔습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모래밭에 나가보니 언니 오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거에요.
그래서 다시 파라솔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우리 파라솔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분명히 저쪽 어디쯤인데, 낯선 사람들만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닐뿐 어디에도 우리 식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곧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습니다.
니 이름이 무엇이냐?
아버지 이름이 무엇이냐?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아버지 이름을 알려주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에요.
마치 신상명세서를 불법 유출하는것 같은 생각이
그 어린 나이에 들어서
아버지 이름은 안 알려주고 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이제 내 인생은 끝장이구나. 나는 곧 고아원에 가겠구나.
그런 참담한 생각도 들었구요. 고작 여섯살인데 놀랍죠?
그렇게 나를 빙 둘러선 사람들 속에서 울기만 하다가
문득 저 만치 멀리서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백개의 파라솔 사이에서 할머니의 얼굴을 발견한 순간,
저는 할머니 얼굴에서 한번도 눈을 떼지 않은채
그대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 파라솔을 찾았고,
저를 찾으러 나갔던 식구들에게서
차례대로 등짝을 맞았지요.
나중에 미아 보호소 방송에서 들려오는 제 이름을 들으면서
저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통닭을 뜯었습니다.
그때 만약에 할머니 얼굴을 못 찾았다면,
저는 어찌 되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암담해요...
신청곡은요...
딱따구리의 지난여름 바닷가,..(제목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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