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일!
보통 '일'이라 하면 큰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는데
저는 오늘 큰 사건은 아니고
예전에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거릴 하나 얘길하려 합니다.
10여년 전에 블라디보스톡(러시아의 항구도시)에 한달 정도
머무른 적이 있었지요.
90년대 초반이었지만 공항에 도착한 첫 느낌이란
우리나라 60년대의 문화적냄새가 물씬 풍기는
약간은 가난이 베어있는 ...
실망스러움이 앞섰던 기억이 나는 여행길이었답니다.
하지만, 첫날 밤 나의 기운을 황홀케 한건
'백야'! 말로만 듣던 하얀밤을 경험한 것이었죠.
밤11시 12시가 되어도 온통 천지가 하얀...
밤이면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겐 그저 신기와 신비스러움에
온 밤을 홀딱 지새웠답니다.
황홀 그 자체였지요.
그 다음 날, 쇼핑도 할겸 시장엘 갔었는데
지금 우리처럼 대형마트란 게 없었고 재래시장 같은 곳이었지요.
고기자체도 좋게 말하면 그냥 생고기를 내어다 파는데
길거리 좌판에다 위생상태를 믿을 수 없는 ...
덩어리체로 뭉퉁뭉퉁하게 잘라서 어떠한 부위라고 따로 명칭되어 있지도 않은...
그것마저도 감사해 하며 아무런 의심없이 사가는 러시아인들 모습에서
그들의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그네들의 소박하면서도 검소한 생활을 들여다 보면서
도착하면서의 찌푸려졌던 눈살이 차차 펴지는 느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느긋해지는 자유로움...
점점 편안해 지더라구요,
무언가 하지않고 있으면 불안한듯한 바쁨이 없어지면서...
우리의 문화와 또 다른 차이점을 느낀건,
하루일과를 끝내고도
근처 바닷가에 가서
수영하며 배를 타기도 하고 고기도 잡고
푸른 파도의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 버리고 느긋하니 바쁘지 않게 ...
그렇게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였어요.
시간에 쫒기지 않게...
러시아인들이 음악,무용같은 예술성이 뛰어남은
이러한 자그마한 생활의 여유에서 출발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답니다.
어느날 저녁 시간,
몇몇 친구들과 아이들함께 근처 바닷가엘 갔었지요.
망망대해 그 자체였답니다 .
그 넓은 바다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오직,
파~아란 하늘,
낮게 날으는 바다새,
맑고 투명한 바닷빛,
우리네가 숨쉬고 있는 호흡소리만 있을 뿐....
조용하고도 자유로운 공간에서 쉼의 진수를 맛보았었죠.
그리고 또 하나 있는 건
'성게'가 그렇게 많다는 거였어요.
까만 몸통전체가 가시로 뒤덮여있는
성게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입니다.
언젠가 제주도에 여행 갔을때 성게알이 좋다해서 꽤 비싸게
돈을 주고 먹었던 기억이 있었건만
그곳 블라디보스톡 바닷가엔 널려 있는게 성게였으니..
이상하게도 러시아사람들은 무슨 연유에선지
성게알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구요.
여러모로 몸에 좋다는데 말이죠.^^
덕분에 저희들은 평생 다 먹을 양을
그날 한자리에서 깔끔하게 처리했었지요.
벅적벅적하지 않아 좋았고
맑고 깨끗한 자연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고
러시아사람들의 순박하면서도 느긋한 정서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지금, 우리네 여름 한 철 피서계획이란
일을 떠나, 가정을 떠나 쉬러간다는 핑계하에
북적북적대는 인파들 속으로
또 다른 고생하러 가는 건 아닌지....
문화의 차이야 있지만...
오래전 얘기라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휴식의 의미...???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딱따구리...<신청곡입니다>
#지난 여름의 이야기...<두바퀴>
최은경
200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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