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서 행복합니다.
최미란
2003.08.04
조회 94
오랜만에 옷장 정리를 하였습니다.
입지 않은 옷, 낡은 옷, 유행에 뒤떨어진듯한 옷들...
어떻게 할까 망설이던 중 옷장 아래에 누르스름하게 바랜 옷이 눈에 띄었습니다.
십여년전 친정 어머니께서 첫 사위를 위해
결혼한 첫 여름에 지어주신 모시 옷이었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젊어서인지
웬지 어색하고 거추장스러워서 딱 한번 입어보고는 옷장 깊숙히 넣어 두었던 것입니다.
옷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니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리워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죄송스러웠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묻어버리고 살아온듯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옷 손질하는 방법을 말씀해 주신게 생각이 났습니다.
옷을 꺼내 들고 시원하게 물을 받아
비누칠을 하여 손빨래를 했습니다.
갑자기 콧노래가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무리 빨아도 하얀 색이 나오지 않아
담가두면 하얗게 된다는 세제에 푹 담가 두었습니다.
틈틈이 조물조물 비벼 주었더니
점점 모시의 하얀빛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말간 물이 나올때까지 헹구어
햇볕 좋은 곳에 말렸습니다.
말리는 동안 묽은풀을 쑤었습니다.
꾸득꾸득 말랐을 즈음
풀을 물에 갠 다음 모시 옷을 자근자근 눌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햇볕에 말렸습니다.
적당히 습기가 있을때 거둬와서
다림질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것 맞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다림질하고 나니 파사삭 소리가 날 것 만 같은 하이얀 모시옷 한벌이 좌악 펼쳐져 있네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훨훨 날 것만 같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 옷을 입으면 멋져 보일까요?
멋지다기보다는 시원해 보이겠죠.
하이얀 모시옷 입고 합죽선 부채 들면 금상첨화.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즐거워집니다.
이런게 아내의 행복이죠.
이 순간 제가 한 남자의 아내라서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고 내 곁에 있음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글 쓰고 보니 닭살 돋네요.
그래도 뭐 밀고 나갑니다.

유가속 님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 많이 만드시고 사랑도 듬뿍 키우시길...
휴가 떠나신 분들 안전 운전, 즐거운 여행길 되시길...

신청곡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같이 추억을 만드신
참 좋은 이웃
영희언니, 영민 오빠, 윤미씨 부부, 혜미 언니 부부, 박선길씨
그리고 남편고 함께 듣고 싶습니다.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금요일에 길을 쬐끔 헤매었거든요.
이노래 들으며 그날을 즐겁게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코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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