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외출을 하시고 나자 우리 자매는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습니다.
어머니가 평소에 못 만지게 하던 재봉틀도 만져 보았고
또 오빠의 책상도 뒤져보았지만 영 재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의 두 자매는 그렇게 빈둥거리면서 온 방을 헤집고 다녔지만 별 뾰족한 것이 나타나지 않자 그만 샐쭉해지면서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이리 뒹글..저리 뒹글..
마치 지렁이처럼 굴러다니는데..어머니의 화장대 서랍 밑에 커다란 반짇그릇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바늘이며 날선 가위가 들어있다면서 손을 저어 근처에도 못오게 하셨는데..그것을 보니까 너무도 뚜껑을 열어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야! 언니야! 우리 딱한번만 만져보자.그리고 얼른 뚜겅 닫아놓으면 되지 응?"
하며 살살 꼬드겼지요.
우히히...같이 동조를 하는 울 언니의 얼굴에서 동료애를 느낀 저는 얼른 반짇그릇을 열었습니다.
오우!
정말 단추도 많고 바늘도 많았으며 잘 드는 가위가 특히 너무도 맘에 들었습니다.
저는 그 가위를 들고선 무엇인가 자를 것을 한 번 찾아보았지만 마땅한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나의 옷!
그 때 저는 학교체육복을 입고 있었고 언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무릎 부분을 쓰윽 하고 잘라보았습니다.
순식간에 구멍이 뻥 하고 뚫리는데..그 성능좋은 가위가 너무도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다시 다른 쪽 무릎을 쓰윽 하고 잘라보니..역시나..
예상대로 왼쪽 무릎도 뻥하고 구멍이 뚫렸습니다.
다음엔?
양말?
그렇지. 양말이다!
하며 다시 쓱!
또 뚫리는 구멍!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명난 언니는
"야! 여기도 잘라봐! 하며 언니의 쫄쫄이 바지를 갖다대더군요.
물론 쓰윽하고 잘라봤는데, 그 곳은 털실로 뜬 옷이라 잘 잘라지지가 않아서 몇 번씩 끙끙대며 가위질을 해야 잘라지곤 하였습니다.
그러기를 몇 번하고 나자 별 재미가 없어서 그 가위를 조용히 그릇에 담아놓자마자 띵동띵동 하면서 벨이 울렸고
우린 그 때서야 사건의 심각함을 느끼고 잘 들어가지도 않는 바늘귀에다가 실을 꿰어서 구멍난 곳을 메꾸고자 하였죠
어머니는 계속 벨을 눌러대고 우린 실에다가 침을 발라가면서 바늘귀에 넣고자 허둥댔고..
결국 제대로 실 한 번 넣어보지도 못한 채 어머니의 문을 열어드렸는데..
얼마나 야단을 맞았는지요.
그 벌로 저는 어땠는지 아세요?
절대로 다시 체육복을 사주실 수 없다는 어머니의 엄명을 받들어서 꿰매지도 못한 그 체육복을 입고선 학교에 갔던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했는지요.
조각천이라도 잘 메꾸어 주실 수 있는 어머니였을 터이지만 아마도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을 뉘우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저는 그 체육복이 작아질때까지 구멍난 무릎을 감추면서 입고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어머니는 키 커버린 저에게 새 체육복을 사주셨고 저는 그제서야 그 창피함과 수치감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답니다.
저.되게 웃기는 아이였죠?
<<<두바퀴>>>*구멍난 체육복*
연이짱
200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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