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를 팝니다.
꺄브
2003.08.11
조회 89


== 각시를 팝니다 ==


각시를 팝니다.
헌 각시를 팝니다.
반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껍데기는 아직 쓸 만해 보이기는 합니다.

키는 5척이 조금 넘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지만
배꼽찾기가 조금 어려운 편입니다.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완전히 깡통입니다.
직장도 없으면서 돈은 나보다 더 씁니다.
낮에는 종일 퍼져 자는 것 같고
밤늦게서야 잠 안 자고 세탁기며 청소기 돌립니다
눈웃음 한 번, 애교스러운 코맹맹이 소리가
이제는 듣기조차 어렵고 눈만 마주치면 돈타령입니다.
매일 출근 때마다 현관에서 뒤통수가 아립니다.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니 하는 것보다
백화점 바겐세일 하는 날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연애시절의 애교스러움이며
신혼 초야의 간지럼타는 척 하던 내숭도 사라지고
생일기념일도 이제는 독촉기념일일 뿐
툭하면 옆집에 들여온 새 가구며,
아이들 과외비 타령입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모처럼 집에서 좀 쉴라치면 한쪽 구석에서
궁시렁대는 소리하며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소리가 유별납니다.

애들 학교 자모회 같은 데는 안 빠지고
동네 나갈 때는 미시 옷 자랑하지만
집에서는 부엌데기 보릿자루! 옷을 입고
냉장고에는 엊저녁 김치사발이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입니다.
각시도 헌 각시니 헐값에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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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 안고 같이 넘어야 할
인생고갯길의 동반자임을 모르지않기에
앞서 한 말 모두 거둘랍니다.


-마농의 빨간 구두 中에서-


# 김연우/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 최 헌/가을 비 우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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