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맞선 이야기*^^*
행복녀
2003.08.27
조회 66
저는 선을 봐서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여러번...아닙니다. 수십 번 이었습니다.
다들 그 수십번에 대해서 궁금하시죠?
그렇습니다.
저는 선을 40번을 봤습니다. 그렇게 볼려면 몇 년 걸린 것 같지요?
아니요. 그 기간은 따악 일주일에 하루씩밖에 시간이 없었으므로 저는 그날을 맞선날로 잡아 10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어쩌면?
하고 의아해 하시겠지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결혼 상담소에 제 신상명세서를 들이밀고 나서 정확히 1년만에 결혼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고자 하는 어머니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저는 토요일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시골에 살던 저는 새벽밥 먹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서울로 향하였습니다.
그 날 봐야 할 사람은 토요일 하루에 평균 잡아 4명…. 지금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첨단화 된 사무소도 아닌... 그저 손으로쓰고 손으로 사진을 오려 붙인 명세서를 보고 저는 그 사람의 이름과 직업 나이, 취미등을 즉석을 외워야 했습니다.
"소장님! 안외워져요.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구, 저 사람이 이 사람 같구요!"
하며 울상을 지으면
"외워! 어거지로 외워!"
하셨지요.
그래서 달려간 카페!
저 만치서 나를 기다리는 상대자를 찾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 계획 속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했으므로 바빴습니다.
호주머니 속의 호출기는 연속으로 울렸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헛둘 헛둘∼ 뛰었습니다.
그사람도 꽝!
세 번째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다시 장소를 옮기려니 제대로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고 마음만 바빴습니다.물론 네 번째 사람을 만날 땐 아예 파김치가 되어서 맞선이라기보다는 피곤으로 인하여 횡설수설할 지경이었지요.
그런 세월을 무려 10개월이나 반복하다보니 서울가는 것이 아예 이골이 나기 시작하였고 점점 피곤이 사라지고 탄성 받는 공처럼 저는 톡톡 튀는 대화술로 여유도 부리게 되었지요.
그 날은 정말 황당한 날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을 만나고 두 번째 사람을 만날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은근히 저를 맘에 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저는 두 번째 사람도 궁금했습니다. 최상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고삐를 늦출 수 없었기에 미련을 슬쩍 남기고 저는 두 번째 사람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러나 별루∼. 다시 세 번째 사람을 만날려고 장소를 찾다보니 어머나. 첫 번째 사람과 만났던 그 장소!
설마...첫 번째 사람은 돌아갔겠지?
하며 문을 여는 순간..
오우 하나님!
그 사람은 그 의자에 그대로 앉아있는 것 아닙니까?
세 번째 사람의 인상착의로 보아 저 만치서 앉아있는 사람이 분명할 것 같은데...다가 갈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웨이터의 등 뒤로 바짝 붙어서 종종 걸음을 한채 세 번째 사람에게 갔습니다.
머리 속은 허연해 지고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흘끔거리며 웃어대는 웨이터는 대충 어떤 상황인 지 이해가 되었다는 듯 빙긋거렸고 그날 따라 왜 내가 그토록 이쁘게(?)하고 나갔는지 정말 화장 잘된 것도 웬수더군요.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저는 그날 첫 번째 사람에게 그만 제 뒷모습을 보였고 당근 들켰지요.
"어? 왜 여기 계셔요?"
하며 큰 소리로 저를 부르는데...오도 가도 못하고 그 곳에서 못 박힌 채 앉아있었고 세 번째의 사람은 영문 모른채
"댁 누구요?"
하였지요.
물론 어쩌구..저쩌구..하며 그 사람에게 제가 여기까지 온 경위를 첫 번째 사람이 설명을 하자 세 번째 사람은 매우기분 상한다는 듯 가 버렸고 졸지에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하게 된 첫 번째 남자..그 사람도 어지간히 제가 이뻤(?)는 지 그대로 저와 마주 앉아 이야기 하길 세 시간...저도 왠지 싫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사람에게 코를 꿰여서 저는 결혼을 하였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만남이었죠?
저...그래도 행복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참으로 극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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