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우리 엄마의 限
최미란
2003.08.29
조회 61
저는 오남매중 맏이입니다.
어렸을적부터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저 한번도 부모님 말씀을 거역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저의 친정어머니는 곱게 곱게 키운 딸 앞세우고
선보는 자리에 나가 맘껏 뽐내 보시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슴도치 사랑이라고 자기 자식에 눈이 멀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계셨던거지요.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엄마, 저 결혼 할 사람있어요."라는 큰 딸의 말에
무조건 반대였습니다.
첫번째 이유가 엄마가 그리도 꿈꾸던 치맛자락 휘감으며
맞선 장소에 나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 니 네가? 한번도 부모 말 거역해 본 적 없던 네가..."

이런 말 있잖아요.
자라면서 부모 속 한번도 썩이지 않는 자식이 결정타 날린다는..
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아무튼 우리 친정 엄마 그렇게도 원하던 맞선 장소 나가보지도 못하고 큰딸 시집 보냈습니다.
물론 저도 맞선이라는 것 한번도 못해보고 결혼했습니다.
'오로지 일편단심 민들레로.'
다음은 남동생.
이번에도 엄마는 기대를 하셨습니다.
훤하게 키 크겠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큰아들.
그 또한 엄마의 꿈을 꺽어 버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짝 데리고 와 결혼했습니다.
우리집 효자 둘째 아들.
"엄마, 걱정 마세요. 저는 엄마가 골라주는 색시랑 결혼할게요."
그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딸.
여고 다닐때부터 점찍어두고 지켜본 친구의 오빠에게 딱 걸려서
아주 예쁜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우리 엄마의 한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그때부터 막내의 고민도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자식이라고는 자기 한명인데, 좋아하는 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엄마께 말씀 드렸습니다.
역시 자기가 골라온 짝이랑 웨딩 마치 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가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맏이가 줄을 잘 끊어야 하는데, 큰딸이 연애 결혼하니까 동생들까지 줄줄이....."
아직도 맞선 보러 나가지 못한 미련이 남아 있으신가 봅니다.

"엄마~ 그래도 우리 오남매, 모두 좋은 짝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얼마나 보기 좋아요.
그리고 죄송해요. 엄마의 작은 소원하나 들어 주지 못해서요.
하지만 짝 찾지 못해 부모님 애 태우지 않는게얼마나 다행이예요. 그러니 엄마, 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자식들 잘 사는 모습 언제까지나 지켜 봐주세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맞선 한번도 못보고 미팅다운 미팅도 못하고 결혼을 해서 숙제의내용이 알차진 못합니다.
그래도 범생이는 오늘도 숙제 다 했습니다.

코맙습니다.
오늘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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