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성시대 채택된 글(감동글)
김낙현
2003.08.30
조회 94
 







♧ 내 동생 ♧


송영애
내겐 나보다 3살 아래인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젓가락처럼 늘 나와함께 붙어 다니던 동생
시골에서 자란 우리들은 시냇가며 바다를
늘 손잡고 다녔었고 뒷산 소나무 밑에 누워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들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렸으며
꿈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몸을 간지럽히며
자지러지게 웃으며 뒹굴기도 많이 했었다

내 나이 7살, 동생 나이 3살 되던 해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동네 어르신들은 우릴 보고 불쌍하다고 혀를 끌끌 차셨지만
우린 엄마가 가는 길에도 많이 울진 않았었다
엄마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영영 가시는 줄 알기엔
우린 나이가 너무 어렸었다
그저 멀어져 가는 꽃상여를 웃다가 울다가 바라본 채
엄마가 다시는 못 오신다는 동네 분들의 말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3살 짜리 동생은
동네 어르신들이 주는 부침개며 과일을
덥석덥석 받아서 잘도 먹어댔다

그나마 나이가 좀 많다고 난 시무룩해서
외할머니 품에 안겨
젊은 딸을 보내는 외할머니의 그 아픈 통곡을 이해 못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메고 가는 꽃상여를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다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난 후 동생과 나는 더욱 붙어 다녔다
동생이 동네 다리 밑으로 떨어져
얼굴에 피투성이가 됐을 때의 기억은
그 때까지 자라면서
가장 놀라고 무서웠던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엄마가 멀리 떠나시고
할머니가 우릴 엄마 자리 대신 보살펴 주셨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할머니께서 도시락을 싸주셨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도시락은
머리카락도 가끔 섞여 있었고
티끌도 밥과 함께 섞여 있었다
그나마 누나라고 난 그냥 할머니께 투정 안하고 먹었지만
내 동생은 일부러 도시락을 가져가지도 않았다
그러면 할머니께서 학교까지 도시락을 가지고 오셔서
동생에게 주면 동생은 더럽다고 먹지 않았었다
그 도시락을 다시 들고 가며 서러웠을 할머니,
많이 자란 후에 동생도 그 얘길 하면서
뼈아프게 후회를 했었다
내가 중학교 졸업 후에 서울로 돈 벌러 오면서
집에는 동생과 할머니, 아버지 세 식구가 살았다
공부를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나는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며 야학을 다녔다
생활비도 보내 줘야하기 때문에 무척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내겐 돈 많이 벌고 공부 열심히 해서
가족과 함께 살 찬란한 꿈이 있었기에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초등학교만 마치고
서울로 돈 벌러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께 전화 드렸더니 정말이었다
같은 동네 사시던 분이 서울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데
거기에 종업원이 필요해서 보냈단다
난 내가 못 배우고 서울에 나왔을 때보다 더 가슴이 아팠고
그때처럼 아버질 미워해 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도 가난해서 못 배우셨으면서 자식들마저도....
아버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전화할 때마다
아버지한테 싫은 소릴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 마음도 오죽했으랴 싶지만
자식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참 많이도 미워했었다
아버지는 본인도 가난 때문에 못 배웠으면서도
배움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 하셨다
아니 못 배우셔서 배움의 중요성을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그렇게 초등학교만 졸업 한 채
서울의 중국음식점에서 일을 하였고
다행히도 나와 같은 동네여서 자주 만나긴 했었다
월급 12만원 받아서 8만원씩 저축하며 부자가 돼서
할머니, 아버지 서울로 모시고 오겠다던
내 순진하고 착했던 동생
아버지 원망일랑은 어디에 묶어뒀는지 환하게 웃으며
열심히 살아가던
그 고왔던 내 동생
"누나야 돈 빨리 벌어서 우리 한 집에서 같이 살자."
"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와서 같이 살자 응?"
늘 내게 보채던 동생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돈 많이 벌어서
할머니 아버지 모시고 올께. 조금만 참아 알았지?"
난 그 날이 빨리 오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늘 동생에겐 그렇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어린 나이의 그 푸른 꿈을 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봉제공장에서 죽어라 하루 12시간 씩 일해봐야
내게 돌아오는 건 8만원이란 임금과 지친 몸뚱아리 뿐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도 전에 언제부턴가
동생의 행동이 좀 이상해졌다
동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었다
착한 동생이라 믿었었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라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만난 여자친구라 그런지,
아니 힘든 객지생활하며 만난 친구라 그런지
동생은 쉽게 그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주었다
난 예쁘장하고 돈 씀씀이가 헤픈 그 친구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너무나 행복해 하는 동생을 말리기엔 이미 늦은 듯 했다
누나인 내 말은 이제 여자
친구의 말 뒷전으로 밀려났다
두 사람은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동거라는 걸 하기 시작했고 동생은 돈을 벌면
다 그 여자친구에게 주곤 했다
둘이 동거를 시작한지 한달 정도 됐을까?
동생이 전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이상하단다
돈을 가져다주면
어디에 쓴 줄도 모르게 금방 다 써 버리고
또 다른 남자친구와도 만나는 것 같다고.....
역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난 당장 헤어지라고 했지만
어린 동생에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랴
결국엔 그 여자친구는 동생이 일하러 나간 사이에
짐을 싸서 다른 남자랑 도망을 갔다
다 잊어버리라고, 미친개한테 물린 셈치라고 해도
동생은 도통 그 친구를 잊지 못했다
각박한 세상이 주는 그런 아픔을 견디기엔
내 동생은 너무나 착하고 때가 묻질 않았었다
결국은 그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동생은
정신분열증세가 왔다
난 너무나 무서웠지만 동생이 의지할 곳은
누나인 나 하나밖에 없기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병원에 입원도 시켜보고
집에 같이 데리고 있어도 봤지만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재발하곤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의 양이
아마도 그 때가 가장 많았으리라
불안에 떨며 살았던 시간도 그 때가 가장 많았었고...
동생의 아픔이 조금 차도가 보이자
취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의 모 레스토랑에 나간다고 했다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고 해서 마음은 놓이지 않았지만
본인의 의견을 따라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게 병을 이기는데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적응을 잘 해 나가나 싶더니
자신도 병이 다시 찾아 온 걸 알았는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나 또 머리 아프고 이상해"
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조금 참아보겠단다
불안했지만 본인의 의지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동생을 보는 순간이 내겐
아파하는 동생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뒤,
이른 아침에 전화벨이 울려댔다
이유도 없이 내 가슴은 두방망이질 쳤고
내 얼굴은 갑자기 달아올랐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편도 무척이나 조심스레 입을 여는 느낌이 들었다
"네....말씀하세요."
"거기 송민국씨 누님 되십니까?"
난 철렁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그런데요....?"
"아....놀라지 마십시오. 오늘 아침에 동생 분이....."
그 상대편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난 직감적으로 동생이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차마 전화로 말을 할 수가 없어
그 곳으로 가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리 만치 그런 느낌이 가끔 들었었다
동생이 꼭 무슨 일인가를 저지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난 정신없이 경찰서로 달려갔고
그 곳에서 자초지종을 담당경찰관에게 들었다
아침에 레스토랑에 먼저 출근한 직원이 화장실 문을 여니
그 곳에 동생이 약을 먹고 쓰러져 있었다고...
레스토랑 직원들 말로도 동생이 며칠동안
이상한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정신분열증이란 게 그랬다
갑자기 온 몸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고
목욕을 몇 번씩이나 해대고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면
자신한테 욕을 한다고 밖을 내다보면서
그 사람들한테 마구 소릴 지르고
눈에 자꾸 헛것이 보이는지 괴로워하곤 했다
보는 사람도 괴로운데 정작 당사자는 오죽했으랴
동생은 자신의 병을 잘 알기에 견디지 못 하고
스스로 먼길을 홀로 떠난 것이었다
너무 아파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그
날 비로소 실감했다
내 하나 뿐인 남동생은 그렇게 먼길을
지켜주는 이 하나도 없이 홀로 터벅터벅 떠났다
곱게 돋아 난 꽃봉오리 피워 보지도 못 한체...
그 아픈 동생을 이름도 모르는 외딴섬에 뿌리고 돌아오던 길,
자꾸만 뒤에서 동생이 "누나, 누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곤 했지만
무심한 갈매기만 날아다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바다를 찾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만이 내 귓전을 때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동생을
한줌 재로 뿌리고 온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지금도 등뒤에서 동생이 날 애타게 부르는 듯 하다
누나야.....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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