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곡
보름달
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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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벼가
창공에 고개 숙인 수수가
여름 내내 알 밴 과일들이
그 풍성한 원 주위에서 강강 수월래를 짓는다.
뙤약볕의 결실의 신들이 그의 주위에서 그렇게
무리 질 때 그는 밝은, 더 밝은 빛으로 언어 없는 미소를 띈다.
나는 달이고자
그의 빛이고자
그의 언어 없는 바라봄이고자 얼굴을 들지만
쏟아지는 빛만을 얼굴에 묻힐 뿐, 내 발은 지상의 네온의
밭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을 어쩌랴
누군가가 나를 에덴으로 함께 가자고 내 손을
끌면 그렇게 뿌리 내린 발과, 손과, 나약한 가슴의 고동이
추상화처럼 길게 늘어져 가느다란 선이 된 채 사람의
모습을 이탈한다.
손을 잡히기 이전에
추상화가 되기 이전에
내 발의 뿌리를 뽑아 별 밭에, 달밤에 심어야 한다.
무언가 풍성한 달처럼 생긴것이 가슴속에도 채워 질수 있는
어떤 안락함이 깃들 것처럼 둥근 문이 생긴다.
그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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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마지막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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