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풍경이 있는 시♠
댕기~`
2003.09.10
조회 75


[- 추석 전야 -]


모두들 고향 찾아 떠났습니다
불 꺼진 서민아파트 단지에
거짓말처럼 달이 밝고
도둑고양이가 애보채는 소리로 쏘다닙니다.

어머니~~

나 이제 철부지 같은 설렘은 없어
담담히 떠오르는 거기
회문산 기슭은 어떻습니까?
솔바람 여전하고 산짐승 놀러 옵니까?

달갑지도 않던 시부모님
죽어서까지 시중들어 드리라고
기어이 그분들 곁에 보내드려 미안하지만

어머니~~

심기 불편하고 고생 되어도
나는 믿어요. 그편이 나을 거라고..
다름아닌 이런 밤에
도둑고양이 소리 벗삼아 술잔 기울이는
이 막막한 외로움에 비한다면...

-심호택(1947~ )
<시집== 하늘밥도둑中에서, 창작과 비평社>.





[- 추석 무렵 -]


반짝 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녘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김남주(1946~ ),
<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창비社.>





[- 성 묘 -]


"야덜아, 내 죽거든 태워서 물치 바다에나 뿌려다오"

어머니는 살아생전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선산이 수만평이나 있고
아들자식들이 모두 이름 석자는 쓰고 사는 집에서
될 법이나 한 일이냐고
감동골 솔밭 속의 아버지와 합장을 해드렸습니다.

30촉짜리 전등이라도 하나 넣어 드릴걸..
평생 어두운 집에서 사시던 분들...

- 이상국.(1946~ )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1998 창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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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이들을 찾아
옛 추억의 길 나서는 귀향길,
가슴가슴 정감이 넘치는 그득함으로 맞이하시길 바래어보며
추석 풍경이 드러나는 시 몇편
올려봅니다.

이제 몇시간 후면 제수 준비하랴..정신없을텐데..
공부하는 딸아이옆에서 자리지킴이 하느라
꼬박 밤새우게 될 것같은 ^^*예감이...
잠을 자야 하는데..흐그~~~

행복한 연휴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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