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울고 간 자리...
빨간 풍차
200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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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울고 간 자리(2) -숲은 할퀴고 찢어졌다- 어젯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일상의 습관을 좇아 산을 탄다 평소(平素)에 다니던 산의 오솔길 그 길 위에 널부라진 숲의 잔해들 싱싱한 초록(草綠)의 작은 가시들도 푸른 활엽(闊葉)의 싱싱한 것들도 덩치가 큰 아름드리 노송(老松)들도 텅 빈속을 드러내 보인 체 누워있다 몇 십 년 된 커다란 꿀밤나무가 움켜쥐고 있던 땅의 거죽을 놓은 채 사지 활개를 벌리고 드러누운 모습은 거대한 공룡의 자빠진 모습과 어젯밤 휘몰아친 매미 울음의 강도를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숲은 큰 나무든 작은 숲이든 바람의 매서운 칼날을 피할 수가 없다 부대끼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큰 나무라고 뿌리가 깊다고 절대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작은 나무라고 작은 숲이라고 바람의 엄몰(淹沒)과 추달(推撻)앞에서 용서라고는 일체 없다 사정없이 질주(疾走)하는 천군만마(千軍萬馬)의 위용(威容)앞에서는 모두가 다 미진(微塵) 어쩔 수 없이 쓸려가고 부대끼며 찢어져야만 하는 푸르게 나부끼는 숲의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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