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화의 가요속으로
음악FM
매일 16:00-18:00
매미가 울고 간 자리(2)
-숲은 할퀴고 찢어졌다-
어젯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일상의 습관을 좇아 산을 탄다
평소(平素)에 다니던 산의 오솔길
그 길 위에 널부라진 숲의 잔해들
싱싱한 초록(草綠)의 작은 가시들도
푸른 활엽(闊葉)의 싱싱한 것들도
덩치가 큰 아름드리 노송(老松)들도
텅 빈속을 드러내 보인 체 누워있다
몇 십 년 된 커다란 꿀밤나무가
움켜쥐고 있던 땅의 거죽을 놓은 채
사지 활개를 벌리고 드러누운 모습은
거대한 공룡의 자빠진 모습과
어젯밤 휘몰아친 매미 울음의
강도를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숲은 큰 나무든 작은 숲이든
바람의 매서운 칼날을 피할 수가 없다
부대끼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큰 나무라고 뿌리가 깊다고
절대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작은 나무라고 작은 숲이라고
바람의 엄몰(淹沒)과
추달(推撻)앞에서
용서라고는 일체 없다
사정없이 질주(疾走)하는
천군만마(千軍萬馬)의
위용(威容)앞에서는
모두가 다 미진(微塵)
어쩔 수 없이 쓸려가고
부대끼며 찢어져야만 하는
푸르게 나부끼는 숲의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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