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편지(두바퀴 숙제)
빨간여우
2003.09.18
조회 229
병상편지13일(2001년5월28일)

당신이 그렇게 누워계신지 벌써 13일째입니다.
무엇이 당신을 붙잡고 있길래 눈을 뜨지 못하는지
당신이 정말 우리를(아들과딸) 사랑하신다면 어서 속히 그 터널에서 빠져나와 우리를 보아 주십시요.
날마다 당신에게 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우리곁을
맥없이 가시는건 아닌지 하고....
오늘도 당신은 깨어나고 있지 않지만 숨을쉬고 있음에
그래도, 희망이 있기때문에 행복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고 당신만의 세계로 떠나지 않기를
당신께 부탁드리며 당신의 머리맡에 이메모를 두고 갑니다.


병상편지43 일째(2001년6월28일)

당신의 손을잡고 애원을 합니다.
정말 당신이 나를 아껴 사랑하신다면 한번만 눈을떠서
그 맑은 눈동자를 다시 보게 해 주십시요.
아이들의 손을잡고 "아빠 괜찮아" 하고 한번만 웃어주세요.
당신은 강한 사람이잖아요.지금 죽음과 전쟁을 치루고 있는 당신은 분명 이겨서 돌아올거라고 믿기에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오전)


아아,
당신은 이겼습니다. 죽음의 사자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으신
당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요.
장하십니다.당신의 그맑은눈을 볼수 있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나와 아이들만 남겨 두고 떠나실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이렇게 죽음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시니 정말 기쁨니다.
당신이 이제 정신을 차리시고 이 메모를 읽을수 있기만을
소망합니다.(오후)


병상편지50일

눈은 뜨셨지만 빛이 없습니다.
당신이 뱉어내는 가래도, 배설하는 대 소변도 참으로 소중합니다
내가 당신곁에서 이일을 할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당신이 영 가버리셨다면 이런일도 할수 없었겠지만,
나는 날마다 희망의 빛을 봅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당신의 동공이 나를 찾아 움직일때마다.가슴이 떨립니다.
빨리 일반병실로 옮겨야 밤낮 같이 있을텐데,낮에만 이렇게
당신을 지키고 있으니 답답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날마다, 볼때마다 희망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남편이 혼수 상태 43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메모의 편지를 써서
머리 맡에 두었던 편지중 일부를 올렸습니다.
중환자실의 면회는 하루 세번 밖에 안되기에 대기실에
앉아서 메모를했고 면회를 마치고 나올때 머리맡에 두고 나왔더니 간호사들이 모아두웠다가 나중에 주더군요.
삶에 지쳐 힘들때, 남편이 원망스러울때, 다시 꺼내어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살아 있음에 감사하다고....



딸의 편지

사랑하는 아빠!
아빠와 손잡고 약수터에 가서 잠자리 잡던 생각이 나요.
저수지에가서 물고기를 잡던 생각도 나고,편식을 한다고
야단치시던 아빠가 생각나요.엄마와 부루스를 추시면서
서양식 인사를 하시던 모습도, 항상 무릎에 앉히고 턱수염을 문지르실때 싫다고 소리를 질러대던 것이 지금은 후회가 되요
빨리 나서 집에 오시면 편식도 안하고 얼굴이 따가와도 참고
아빠의 무릎에 얌전히 앉아 있을께요.

아빠 얼른 나아서 돌아오세요. 아빠의 딸이...

어버이날에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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