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우체통"
자운영®
2003.09.19
조회 72
저는 빨간색옷만입은채(단벌신사 거덩요) 늘 그자리에 서있습니다.눈이오면 눈을맞고 비가오면비를맞고,이런건 자연현상이니까 뭐어쩔수없지만요,밤에취객이 물빼기작업을 저한테대고 사정없이 날립니다....그러고보니 올해는 비도 무쟈게 맞았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화장한 가을날이네요.
예전같으면 이런날은 편지쓰기 딱좋은날.
"사랑하는 향숙이 ........%^&*%^&*($%^&*...우짜고저짜고..."
"아....!옛날이여!"그립습니다. 그시절그때가....
기쁜일,슬픈일,처녀총각의 애닯은연서....연필로꾹꾹눌러쓴 초라한겉봉투....등등
연말이면 저에몸은 카드다...연하장이다해서 빵빵하게 미어터질정도로 대목이었지요.
다 옌날얘기구요...지금은 저를찾는사람이 하루에 열명도안됩니다.
그래도 하루에한번은 부~웅...소리를내며 커다란빨간통을뒤에달고 꼭 저를 찾는고마운분이 계십니다.
"아자씨 알라뷰~~~우!"말나온김에 인사한번합니다.
저를찾아오시는분들이 많을때는 아무리무거워도 힘든줄모르고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저는 하루종일 빈통으로 서있는날도 있습니다.
다리도아프고 찾아오는이없어 외롭고 이가을...더쓸슬합니다.
요즘은 불안하기까지도 합니다.
언제 어디로 저를 치워버릴까 두렵습니다.
무용지물로변해 정리대상에올라 명퇴...아니조퇴당할지 ...그러나 시대는 변하는것 ....힘들지만 받아들여야지요.
언젠가는 제모습을 국립박물관이나 책으로나마 보면서 추억하실때가 오겟지요...
"나를잊지 말아요~~~나 떠난 후에도~~~"김희애 노래입니다.
하여튼 어느때 제가없어지더라도 사람들의 추억속에서 잊혀지지않고 영원하길 바랄뿐입니다.

이런사정은 제친구 대문앞우편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는 사연많은편지로...그러다가 전화가 일반화되면서 그나마
광고나 공과금청구서,주인없는쇼핑책자,기업광고로 내용은삭막하지만 그래도 부피가커서 꽉채웠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그나마 인터넷메일이 나왔대나...어쨌다고
이런것들도 뚝끊겼다네요.
주인없은 우편물이나....카드사독촉장 이런걸 받아놓을땐
마음이 찹찹하다고 하더라구요.마음은 안받고싶다고 누가또 캭!거시기 할까봐...그래도 얼마전에 옆집우편함은 "생전"티켓이 왔다고 얼마나 방방뜨던지 뭔지모르지만 무척대단한거 같습니다.

얼마안있으면 낙엽이뒹굴어와 제발밑에 쌓이겠군요.
그럼 제모습은 더욱 덩그머니 을씨년스럽겠지만 ...
이런저를 위해서 이가을에 아무한테나 낭만적인 편지한통 써보시지 않으렵니까?

*마지막으로 부탁한말씀 올리겟습니다.
밤에 술드시는분덜 제발 저한테 수분빼지마시고 또 "우엑!"
하는 거시기도 않해주셨으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적당히 마시고 즐기서요........지발.

*혹시 추가열씨 오시면 이가을에 "고엽"이나 한곡땡겨주시지요
밤에한번 들었는데 소름끼치게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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