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최미란
2003.09.23
조회 72
어린 시절
이른 아침이면 할아버지를 따라
자그마한 산 중턱에 있는 밭으로
호박을 따러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아직 걷히지 않아
발목을 촉촉이 적십니다.
까끌한 호박잎을 들치며 여기저기 찾아봅니다.
푸르륵 풀벌레가 저 만치 날아 올라
풀 속에 얼른 숨습니다.

어제 눈여겨 보았던 호박.
작아서 따지 못한 그 호박이 하룻새 자라서
할아버지 손에 잡혀 나옵니다.
그리고 풋고추 몇개랑 가지를 담아
산길을 내려 옵니다.
빠알갛게 산딸기가 고개를 내밀때는
잘익은 것으로 한웅쿰 따서 손녀의 손에 쥐어 줍니다.
새큼 달콤 까실한 그 맛이 아침을 상큼하게 열어 줍니다.

아침 상에 올라갈 반찬거리들을 들고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손녀를 업어 주시고 둥개 둥개
노래도 불러 주십니다.

창밖으로 산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어느 할아버지가 밭을 일구고 계셨습니다.
그러자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어졌습니다.
부추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그곳에서 허리를 잠시 펴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막걸리와 두부 김치라도 준비해
그 할아버지께 드리고 싶습니다.

나 어릴적
할아버지는 잔칫집에 다녀올 때마다
누런 손수건에
어느날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전이랑 떡 과일 몇조각을 싸 가지고 오셨습니다.
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표현이었던거지요.
그러나 난 단 한번도 할아버지를 위해 뭘 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휴일에는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살아생전에 그렇게도 좋아하셨던 약주 한잔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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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
마음에 감추어진 추억까지 비추어 냅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우리 할아버지께 노래 한곡 들려 드리고 싶은데
판소리나 창을 좋아하셨던 분이라
요즘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래도 손녀가 선물하니 입가에 웃음지으며 들으실겁니다.
신청곡
김피디님이 들려주시는 곡 모두~
할아버지 한곡도 놓치지 마시고 다~ 들으세요. 알았죠.
네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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