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대가리(두바퀴)
초여름
2003.09.26
조회 78
중1때이던가...

우리는 선생님을 말대가리라 불렀습니다..
선생님이 말대가리로 불리웠던것은
겨울나목처럼 삐쩍 마른 몸매에 훌쩍 큰 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길고 긴 얼굴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말대가리 선생님은 한문을 가르치셨는데
학생들에게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믄 그 공포의 한문 숙제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는 정말 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문 책 한 단원 쓰기를 숙제로 내주시면
한자 한글자에 30번내지는 50번을 써야하는 겁니다..
정말 끔찍 했지요.. 너무나 손목이 아파서 울면서
숙제를 해야 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징징 짜는 자식을 보다 못해
아버지가 대신 숙제를 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여하간 아이들은 너무 많은 숙제를 내주시는
말대가리선생님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이들은 뒤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말대가리는 공부도 자습서에 있는 그대로 가르친다는둥..
실력이 모자란다는둥..."

어느날
아이들은 심각하게 모의를 했습니다..
한문시간에 모두들 잠을 자자는 것이었지요..
처음에 누가 선동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우리는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도
모두 책상위에 엎드린 채로 자는 척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 일어나! 점심시간 끝났어.수업시간이야!" 소리치셨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선생님은 우리의 의도를 눈치채셨고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 야 ! 반장 일어나! 부반장 일어나! 이 자식들이..!"
" 빨리 안 일어나 ! 반장 어딨어!"
선생님은 신고 계시던 슬리퍼를 벗어들어
반장과 부반장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겼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분에 못이겨
거의 50명이나 되는 우리 반 아이들의 뒷통수를 한사람씩
후려갈기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맨 끝분단의 뒷쪽에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의 고함소리와
맨 첫 분단부터 시작되는 딱! 딱! 딱!
슬리퍼로 아이들의 뒷통수를 갈기는 그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끝 분단 거의 끝에 앉아 있던 저는
지레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그나마 선생님의 힘이 다 빠져버린뒤에 맞아서
덜 아팠지만
그날 우리 반 아이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그날의 그 공포가 생생합니다.
딱!딱!딱!
반장 부반장은 그 뒤로도 교무실 끌려다니면서
무지하게 시달렸습니다.

이제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이르러
가끔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사실 그 때 말대가리 선생님의 그 숙제가 얼마나 바람직한
숙제였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숙제가 아니었으면 오늘날 신문도 못읽는 수준이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겁니다..

선생님
이제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 따뜻한 식사 한끼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신청곡: 양희은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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