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생각하자고요!
세시봉
2003.10.05
조회 42
감기로 쿨쩍거리는 아들이 하루 종일 찡찡대면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교회에 가서도 울고..
돌아오는 길에도 울고..
밥 안먹는다고 울고...
똥쌌다고 울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귀찮아서 한편으론 어디로 도망가 버릴까.하는 생각마저 들자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간다면 어디 갈 데라도 있나?
그리고 며칠간 뭐 먹기라도 해야 할터인데..돈이라도 있남?
가방은?
진짜 그러고 보니 난 그저 집에서 콕! 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구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우리 집이 그렇게 소중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낡고 보잘것 없지만 내가 하루종일 있어도 누구눈치 볼 것도 없지요.
밥 먹고 싶으면 밥 먹을 수있지요.
더러운 옷 팍팍 갈아입을 수있는 커다란 장롱도 있지요.
나가긴 어딜 나갑니까?
우리 집이 좋은 거여!

저는 그래서 찡찡대는 아이를 업구선 열시미 청소를 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이 점점 높아만 가는 듯 합니다.
울어도 좋다!
그저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살자!
아가야!
저는 팔을 동동 걷어올리고 몇 달 동안(히익!^^) 하지 않았던 목욕탕청소까지 말끔히 했습니다.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니까요.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이의 얼굴에 뽀뽀를 잔뜩 해주고 저는 또 힘차게 마무리 청소를 했습니다.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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