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이 생각나는계절
윤성혜
2003.10.06
조회 39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자꾸만 따뜻한 것들을 그리워지게 하는 요즈음입니다.

요새, 저희집의 단골 메뉴는 신 김치에 두부를 넣고 끓인
그 이름도 정겨운 청국장이랍니다.
끓이면서 나는 것도 그렇고 먹고 난 후에 남는 잔향도
무척 강해서 싫어 하는 분들도 많지만 남편과 저는
청국장을 좋아합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입맛이 비슷해서
얼마 전부터 저녁상에 자주 오르고 있지요.

청국장을 보면 어린시절의 고집불통 아이 하나와
얼굴과 목에 유난히 주름이 많으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
떠오릅니다.

엄마께서 장사를 하시느라 늘 바쁘셔서 부엌살림은 언제나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저의 몫이었고, 그때도 지금처럼
매일 무슨 반찬을 만들어야 하나 걱정하곤 했었지요.

어느 겨울, 외할머니께서 서울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로 저희 집에
오셨는데 파란색 플라스틱통에 청국장을 가득 담아가지고
오셨습니다.
청국장... 그때도 지금처럼 엉뚱한 성격이었던 저는 갑자기
이름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바로 할머니께 질문을 드렸었죠.

"할머니, 청국장은 청나라의 된장이라서 이름이 청국장이예요?"
그러자, 할머니 왈
"무슨 소리냐, 이 청국장은 너희 외숙모가 만든 거란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처음에 이름 붙여진게 청나라 된장이라서
청국장이 된 거냐고요?"
그러자, 이번에는 화를 내시면서
"무슨 소리냐고? 이건 네 외숙모가 만든건데 무슨 청나라?
별 뚱딴지같은 소리를 다 하는구나."

저는 이름의 기원을 여쭸던건데 잘못 알아들으신 할머니께서는
화가 나셨던 모양입니다. 어려서 부터, 엉뚱한 질문을 하며
말대답을 자주 한다고 삼남매중에서 유독 미움(?)을 많이 받던
저였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그때의 일들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고 할머니께 잘 해드리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조금만 더 살아계셨더라면
좋아하시는 과자와 박하사탕도 많이 사드리고
용돈도 챙겨 드렸을텐데요.

유난히, 목에 주름이 많으셨던 외할머니.
지금도 길을 가다가 주름지신 모습의 할머니들을 뵈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청국장을 보면 떠오르는 그때의 할머니 모습... 그리워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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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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