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눈물이라구요?)
이윤정
2003.10.08
조회 55
그날 저는 친구랑 같이 너무도 유명했던 <<편지>>라는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왠지 크게 감동을 할 것 같아서 손수건까지 준비를 하며 기대도 되었습니다.

얼른 막이 오르길 기다렸지만 좀처럼 영화는 시작되지 않고 어슴프레한 빛 아래에 누군가가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란 바바리를 입고 어깨는 떡 벌어진 게 꼭 영화배우 장동건씨 같은 것입니다.
어찌만 멋있던지...

저와 친구는 침을 꼴깍 삼키며서 꼬옥 우리 옆으로 와서 앉아주었으면 하고 바랬고 오마나...하나님이 보우하사.
정말 그 사람은 제 옆에 앉아주더군요.
이게 무슨 횡재인가..
진짜 오랜 싱글생활 벗어나서 장동건씨와 비슷한 사람과 데이트를 즐길 수있게 될 지 모르겠구나 하며 저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친구는 심술이 났는 지.
오징어를 사오라고 하고...
콜라를 사오라고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저와 자리를 바꾸어 볼려고 안간힘을 써대는 것 같았지만 저는 무슨 영화를 보면서 상스럽게 오징어를 씹어대냐면서...
절대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대하길..영화가 마치면 꼬옥 뒤따라 가서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야지..하며 기대를 했습니다.
영화는 정말 감동적으로 진행되어갔습니다.
후반부에서 최진실씨는 박신양씨의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커다란 나무를 찾아간 최진실씨 옆에서는 아이가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귀엽게 폴짝거리며 뛰놀고..
최진실씨는
슬픔을 건너는 방법이 어떻구..
양의 보드라운 가슴이 어떻구..하면서 시를 조용하게 읇조립니다.
물론 가슴 찡해지는 장면이었고 저는 옆 사람을 의식하며 준비한 손수건을 꺼내어 이쁘게 울고자 했습니다.

그러자..
옆의 장동건씨 비슷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는데..
와!
저는 충격먹었습니다.
어엉어어어엉....크억크억 크억.. 쿨쩍 쿨쩍...팽!
하고 코까지 풀어대고..
떡 벌어진 어깨가 들썩거리면서 바바리가 온 몸으로 춤추는 듯 했습니다.

정말 황당하였습니다.
어쩌면 남자가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입니까?
화악 깨버린 저는 친구에게
"야! 너 오징어 먹고 싶다고 했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먹을래? 사다줄께!"
하며 자리를 은근히 바꾸고자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도 역시 저와 같았는 지요.
아니...안먹어..상스러워! 오징어를 어떻게 저런 슬픈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있지? 그냥 거기 앉아있어! 하며 킬킬 대더군요.

그리고 저희 둘은 영화가 끝나자 마자 얼른 도망쳐서 그 곳을 나왔습니다.
기대했던 것 만큼 편지라는 영화는 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남자 땜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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