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내고 나는 골방에 처박혀서 살았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 방.
축축한 한기가 온몸을 감싸던 그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말을 잃었고, 움직이지도 않았고, 잠만 잤다.
잠에서 깨어나면 누운채로 책을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어쩌다 가끔 골방에서 기어나와 부엌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였다.
나는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엽기라는 생각을 했다.
"너는, 어쩌면, 이 순간에도 밥이 먹히니?
네가 밥을 먹다니...
사랑을 잃고 너는 밥이 먹히니?"
허기진 짐승처럼 국에 밥을 말아먹고,
다시 겨울잠을 자듯 굴속같은 내 지하실방으로 기어 내려갔다.
사랑을 잃고도 나는 밥을 먹었고,잠을 잤으며 누운채로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네 사랑은 가짜였어.
네 사랑이 진짜였다면, 넌 네 사랑이 끝나던 그 순간
불벼락을 맞은듯 죽었어야 했어.
너는 밥도 못먹고 앓다가 죽었어야 했어.
네 사랑은 가짜였던거야."
내가 입을 다물고, 방문을 걸어닫고 굴속같은 공간에서 헤메던
그 나날들을 가족들은 못견뎌 하였다.
어쩌다 가족들과 눈이 마주쳐도 눈을 내리깐 채 외면하였고,
사람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거나, 하늘을 올려다 볼 엄두도 나질 않았다.
나는 숨을 쉬는것 조차 힘이 들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걸어잠긴 내 방문을 쥐고 흔드셨다.
잠겼던 방문이 열렸다.
아버지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보던 나에게 다짜고짜로
빗자루를 휘두르셨다.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야지~~~
이렇게 도깨비처럼 방구석에 처박혀서 시위를 하는 저의가 뭐야?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할것 아냐!"
마구잡이로 빗자루를 휘두르시는 포효하는 아버지 모습에,
언니는 한쪽에서 울고 서 있었으며,
엄마도 어쩔줄 몰라 하셨다.
나는 가족들한테 불만이 있는게 아닌데....
주먹으로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끝끝내 침묵하는 나의 태도에
아버지는 더욱 역정이 나셨으리라.
빗자루 휘두르는 속도가 증가했고,
내 몸에 가해지는 빗자루의 압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했다.
"이렇게 맞다가 죽으면... 끝이났으면 좋겠다....
조금더, 조금만 더 세게 때려보시지..
삶은 언제나 내가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주면서 나를 희롱하는것 같아.
아주 죽을 수 있도록, 조금더 세게 때려주면 좋겠다."
나는 소리내어 울수가 없었다. 소리내어 우는순간
소중하게 간직했던 '사랑의 기억'이 그나마 사라질것같아
이를 악물고 빗살같은 매질속에 침묵한 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감히,사랑에 실패해서 그럭하니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을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입에 나비를 문듯, 그의 이름 석자를 얌전히 입안에 문채,
오래도록 침묵했다.
사랑이 끝나고 저만치 간 후에도 오랫동안,
나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구석에서 내 영혼을 삭이고 있었다.
봄이 되어 새학기가 다가올 때,
나는 골방에서 나와 학교로 나갔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공부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사랑이 끝났는데 웃음이 나오나?
아무래도 내 사랑은 가짜였던거다.
내 사랑이 충분치 못하여,그 사랑을 지킬 자격이 없었던거다.
잃어버린 사랑으로 인해 남은 거라곤
가슴속이 시꺼멓게 타버리도록 멍든 눈물만이
자리하고 있다.
[신청곡]
사랑을 잃어버린 나
사랑이 저만치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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