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ㅡ 외박..
남왕진
2003.10.17
조회 142
결혼을 하고나서 첫 외박을 하게된건 결혼후2년쯤 지나서였다.
술 담배를 못하다보니 쌓이는 업무에 짜증은 더해가고
퇴근무렵 우연히 기숙사에 들렸더니 심심한데 고 스톱이나
치자길래 얼씨구 좋다하며 어울리게 되었다.
관리직에 근무하다보니 생산직 직원들과 업무후에 잘 어울리지도
못한터라 이기회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싶은 마음도 생기고
집에 가 보았자 손님 기다린다며 자정이 넘도록 미용실을
지키는 아내 기다리지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한 마음도들고...
그렇게 시작한 고 스톱판은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게
계속되었고 시계를 쳐다보니 이미 자정이 가까워지고있었다.
경비실 아저씨는 문을 잠궈놓고 잠이들었고 대문을 월담해서
10분쯤 걸어서 가게로 가본들 전화기는 이미 가게 안으로
가져갔을테고..
(그때만해도 공중전화기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업무끝남과
동시에 전화기는 꼭 챙겨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기다리고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못해서인지
칠때마다 피박은 예사고 어쩌다 고를 신나게 외치고나면
광박에 피박까지 덮어쓰게 되어서 끗발이 서지 않았다.
주머니엔 자재 구입하기위한 돈은많고 열 받아서 오기로
계속 밀어부쳤지만 그날 밤은 완전히 죽 쑤는 날이였다.
시간은 잘도흘러 날이밝아 어느새 출근하는 사람들도있는데
본전 생각나 기숙사에서 이번이 마지막 판이야 그러면서
애궂은 화투장만 내리치기를 여러번...
마지막 판이라는말을 수 없이하면서 그 다음판은 또 치고..
단체로 출근을 하지않았더니 회사에선 완전히 초 비상사태가
벌어졌고 그것도 모르고 열올리며 고 스톱만 외치다가
기숙사 문을 부수고 들어오신 이사님한테 욕이나 실컷 얻어먹고
시말서까지 써 내고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버티고 용감하게
퇴근을했다.
회사는 강서구 가양동 벌판 한 가운데였고 집은 시흥군 소래읍
이였는데 버스를 서 너번씩이나 갈아타며 출 퇴근을했다.
버스에서 졸다가 집을 한참이나 지나쳐 종점에 내리니 어디가
어딘지 알수도없고 택시를타고 집앞에 내리니 커다란 두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서 있는 아내를보니 맞아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앞섰다.
당신 어디서 뭐했길래 연락도없이 외박을했느냐며 비싼 전화기를
방 바닥에 사정없이 팽겨치는게 아닌가.
잘 한것도 없으면서 전화기 팽겨치는걸보니 열받아서
살아온것만도 고마운줄 알라고 더욱 소리만 질렀다.
밤새 고스톱쳐서 돈잃고 시말서까지 쓰고 열받아 죽겠는데
그까짓 외박한번 했다고 아내한테까지 구박 받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총각 시절이 그리워 눈물도나고...
내가 뭐 바람 피운것도 아니고 밤새워가며 열심히 취미생활하다
온 죄 밖에 없는데 그렇게나 혼 낼줄이야...
누워있으니 눈 앞엔 화투장이 왔다갔다하고 자동으로 고
스톱이라는 말은 튀어나오고...

결혼후 첫 외박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도박 좋아하다 신세 망쳤고 아내와 전쟁아닌 전쟁도 참 많이
했는데 진작에 정신을 차렸더라면 아내한테 고생도 덜
시켰을테고 풍족하게 살고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들고 뒤 늦은 후회를 해 보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이니 마음이 아프네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해도 밤이면 정육점앞에 오토바이부대
집결해서 밤새도록 도박하느라 시끄러웠고 남편 찾아오는
아주머니들한테 원망도 많이듣곤 했는데 독한 마음먹고
도박을 끊은지 삼 사개월 됨니다.
예전엔 경마를 좋아했고 장사하면서 바깥 출입을 마음대로
못하니 주변에 상인들과 어울려 밤 마다 벌이던 도박판...
그나마 이쯤에서 도박판을 멀리할수있어서 다행이고
저 저신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주제에 좀 어긋났지만 행여나 저처럼 도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중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시길 간곡히
부탁 드리옵니다....

신천동 제일정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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