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이 가기 전에 ☆ 서 경 원 마음 문에 걸린 빗장 닳도록 만지작거렸지 힘겹게 돌아서는 그대 야윈 어깨 위 낮달보다 창백한 햇살 조각조각 부서졌었지 날개 잃은 바람 되어 솔숲 헤집다가 그리움 같은 우물 하나 가슴에 파 놓고 밤새도록 헛두레박질 하던 그대 사랑인 듯 아닌 사랑 비웃던 우물에 빠진 푸른 달 건지려는 듯 은빛 햇살에 여울져 깨질 듯한 고요 덤불 속 샘물처럼 맑고도 비밀스런 사랑 차마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 장미빛 입술 이제사 저물어 가는 계절의 강 둑에 앉아 목줄 시뻘건 억새풀만 휘어 꺾는다 강바닥 훑으며 느린 물살 헤쳐 올 나룻배 기다리며... 가을이 가기 전에 노을빛 감처럼 여물어 가는 그리움의 강 건너 올 그대 위해 녹슨 빗장도 달빛에 헹구고 붉은 과실로 빚은 잘 익은 술도 꺼내 놓아야지 푸른 도포 자락 휘날리며 절대 약속처럼 오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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