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바람소리
맨발이*
2003.10.27
조회 78
여름의 지열을 식히기 위해 그랬음인지 가을비답지 않게 구질구질 내렸다.
날이 들자 숲에서는 연일 마른 바람소리.
귀에 들리기보다 옆구리께로 스쳐가는 허허로운 바람소리.
그토록 청청하던 나무들이 요며칠 사이에 수척해졌다.
나무들은 내려다볼 것이다.
허공에 팔던 시선으로 엷어진 제 그림자를.

들녘에서는 누우런 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과원의 가지들은 열매의 무게로 인하여 휘어져 있다.
허공을 나는 새의 그림자들이 분주히 오고 간다.
어쩔 수 없이 또 가을,열매를 거두는 시절이 다가서고 있다.

<중략>

가을은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무게를 헤아리는 계절.
낙엽이 지는 날 저무는 귀로에서 한번쯤은 오던 길을 되돌아보며
착해지고 싶은,더도 덜도 말고 오늘같이만이라고 빌고 싶은 그러한 계절이다.


-법정/영혼의 모음-



*길어진 제 그림자 보며
스스로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소주처럼,위로를 안주를 삼아.

시월의 마지막 주.
영혼이 정갈하게 거듭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어진 님들의 발끝에 떨어지는 찬란한 가을 햇살이 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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