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오은경
2003.10.29
조회 62
사진하니 잊을 수없는 사건이 생각나 몇자 올립니다.
그러니까 학창시절 그땐 왜그리 위문편지란걸 많이 썼던지요.
해마다 주기적으로 위문품을 보내고 또 위문편지를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저는 사실 편지쓰기는 영 소질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 흔한 위문편지 답장 한번 받아 본적이 없었죠.
그런데 친구중 얄밉기로 유명한 박모양이 그런 날 놀려대며
이번에 만약 답장을 받게되면 자기가 평소 제가 갖고 싶어하던 oo오빠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당장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제 전의는 불타 올랐죠.
하여 전 갖은 고민끝에 예쁘게 나온 언니 사진을 동봉하여
답장을 주면 우리 언니를 소개해 주겠노라며 순진한 군인아저씨를 유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답장이 왔습니다, 것도 아주 장문으로 말이죠.
하긴 군대에서 여자친구 하나없이 외로운 차에 어느 누가 굴러온
복을 발로 차겠습니까?
일단 내기에서 성공한 저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문제의 oo오빠
브로마이드를 챙긴후에 울상을 짓는 박모양을 실컷 고소해하며 그사건을 일단락 지으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이 있나요?
그 군인아저씨는 언니 언제 소개 시켜 줄거냐며 끈질기게 편지를
보내왔고 그 집요함(?)에 겁을 먹은 전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오후 왠 군복을 입은 남자 한명이 우리집을
찾아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짐작하신대로 바로 그 편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기다림과 조바심으로 세월을 보내던 그 군인아저씨가 드디어
휴가를 받아 우리집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부모님과 언니앞에서 전 사실대로 이실직고를 했고 그
군인아저씨에게도 백배 사죄를 해야 했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며
얼마나 혼이 났는지, 눈물 콧물 다 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세상일은 참 알수가 없죠?
글쎄 우리 언니랑 그 군인 아저씨는 그후로 우리 몰래 사귀다가
급기야는 결혼에 이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군인아저씨는 지금 제 형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날 그렇게 혼내지나 말것이지...
언니는 날 얼마나 나무라고 면박을 줬는지 모릅니다.
물론 그 점이 이젠 언니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버렸지만은요.
어쨌던 사진 한장으로 제가 두사람의 중매쟁이 역할을 했으니
저도 이만하면 이 방면에 소질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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