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있는 자존심
임순옥
2003.11.02
조회 92
체코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미국의 대하과 이탈리아의 대학원을 다닌, 그리고 스페인에서 사회 경험을 한, 그야말로 세상을 두루 다녀보았으며6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어느 대사 부인. 그렇게 여러나라에서 살아보면서 온갖 사람들을 만난 경험으로 보아, 국적 불문하고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점을 가졌더냐고물었습니다. 망설임도 없이 유머감각 그리고 그것이 뒷받침된 자존심 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학벌, 돈, 명예 두뇌, 생김새, 성격, 집안... 질문 뒤에 제머릿속을 맴돌던 단어가 아니였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누구라도 어이없는 일, 눈물나는 일, 싸워야 할 일, 힘들고 꼬이는 일들의 연송선상에서 살아가게마련인데,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이런 것을 잘 비켜갈 수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래요, 이것이 없으면 같은 상황을 지나치게 심각하고 더욱 우울하게 받아들여 그 속으로 깊게 빠져들어가면 매사에 덜 의욕적이며 훨씬 쉽게 포기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머감각은 남에 대한 배려이며, 스스로에 대한 지존이며, 미래를 여는 희망이라구요. 자신이 경험한 바로는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극적인 상황에서, 무조건 자존심만 내세우면 틈이 없지만 유며를 함께 갖춘 자존심은 그럴수록 더욱 요구되는 지혜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어가 짧기도했지만 참좋은 해석이라고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만, 머릿속에서는 자존심으로 죽음을 비껴간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치스에 의해 젊고 유능한 어느 유대인 외과의사가 아우슈비츠에 수용됐습니다.
어느날 노동 시간에 이 젊은 외과의사는 흙 속에 파묻힌 유리병 조각을 몰래 바지 주머니에 숨겨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는 매일 유리병 조각의 날카로운 파편으로 면도를 했습니다. 동족들이 차츰 희망을 버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두려움에 떠는 극한 상황속에서 오히려 콧노래라도 읊조리는 심정으로, 아침과 저녁 꼭 두 번씩 면도를 했습니다.
오후가 되면 나치스들이 문을 밀치고 들어와 일렬로선 유대인들 중에서 그날의 처형자들을 골라냈습니다.
하지만 유리 조각으로 파랗게 면도를 한 외과의사는 그들의 선택에서 늘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잘 면도된 파란턱 떄문에 아주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며 그를 죽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외과의사는 결국 나치스가 완전히 패망할때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살아서 아우슈비츠를 나올 때 그는 이렇게 독백했습니다.
"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죽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의사의 자존심은 어떤감각 위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상황에서 면도라니...
어쩌면 가장 비장한 유머 감각이 아닐까요?
지난 14년 동안 우리의 행복이 죽었었기 때문에 <행복>이 살 수있었고 그시간들이 늘 파랗게 면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을 고백하면서....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추신:정작 제가 유머 감각이 없지요? 너무 진지해지고 말았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영혜


신청곡: 장사익 찔래꽃 꼭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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