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서울에서 살던 때의 일입니다.
그 날은 시골의 친정에 들렸다가 올라오던 날이었지요.
엄마는 무슨 먼길이라도 떠나는 사람마냥..
"아이고 줄 거시 읎는디 우짠다냐...이거라도 먹고 가거라.."
하시면 인절미를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넣어주시고 또 뜨끈뜨끈한 부침개도 척척 넣어주시는데..순간적으로 이거 배탈나는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울 엄마의 그 손맛은 어찌 그리 맛이 좋은 지...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주시는 대로 널름널름 받아 먹다보니 금새 시간이 되어서 후다닥 하고 택시를 타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엄마는 여전이 아이고..제대로 먹지도 못했어 어찐다냐..하시며 발을 동동 굴렀는데..저 사실 몽땅 먹은 것 아닙니까?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면서 으음...화장실 한번 들렸다 갈까?
하는데...에잉...중간 휴게소에서 분명 멈추겠지..하며 그냥 엄마한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싸르르..하며 아랫배가 아팠지만 뭐..조금만 참으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의자에 척 하고 앉아서 얼른 달려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거...왜 자꾸만 배가 아파 오는 것입니까?
인절미를 너무 먹었나?
그렇지!
부침개도 다섯 장이나 먹었지..
아이구..이거 큰일났다.
저는 틀어대는 배를 움켜잡고..다리는 배배 꼬아가면서 얼른 휴게소야 나와라 하며 꾸욱 참았습니다.
그리고...아주 거룩한 목소리의 운전수 아저씨의 한마디 말씀이 버스 안을 울려퍼졌으니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 세 하나둘 셋! 아아...오늘도 저의 버스를 이용해 주신 승객여러분 감솨합니다. 저희차는 지금 사정이 생겨서 중간휴게소를 거치지 않고 곧장 서울로 올라가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을 느긋하게 앉아계십시요! 감솨합니다!"
아아아아..이거 뭡니까 뭡니까?
저는 정말 온 몸에 소름이 쫘악 하고 번져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란 말인가...
배배 꼬아대던 다리는 점점 저려왔고
아랫배의 통증은 거의 철근과 같은 무게로 저를 눌러놨으니..
저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마치 목석처럼 그대로 굳어진 채 서울 톨게이트가 나오기만을 악착같이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질질 끌듯한 걸음을 한채
반포터미날의 후미진 화장실에서 눈물과 함께 아랫배를 움켜쥑고 앉아 모든 것을 내 내놓았습니다.
정말...
어떤 일이 있어도
출발 전에 화장실을 갔다오리라..
굳게 다짐했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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