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친구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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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4
조회 65

86년11월30일.그날은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던 날.
말이 결혼식이지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직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간 그녀를
우리는 축하해주기 위해서 가는 길이였죠.
결혼식이라고는 하지만 양쪽 친구들만 간신히 불려서
목사님 주례로 이어지는 단촐하고 초라한 결혼식입니다.
아직 초겨울이었지만, 그날은 날씨마저도 몹시 쌀쌀하고 추웠습니다.

몇명의 친구들과 잔뜩 웅크린 채 첫 버스를 기다리면서
덜덜 떨리는 몸으로 우리는 양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어요.
갓여고를 졸업했던 해. 나이어린 신부.
하사관이였던 가난한 신랑...여고를 졸업함과 동시에 사사롭게 빗어졌던 남자와의 갈등..
잘나가던 대학생활도 포기하고 무엇 때문이였는지 친구는
결혼을 급히 서둘려야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임신 때문이였더군요.
소녀시절의 첫사랑의 남자와 드디어 백년가약을 맺는 친구.
잘생긴 남자때문에 마음의 고초도 남달랐던 친구..
힘들었고 서러웠던 날들을 지켜보았던 여러 친구들...
그 사이사이 숨은 자그마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고개를 들때...

그때 새벽미명에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은빛 눈이 휘날리기 시작했어요.
첫눈이 였죠.기분이 남달랐습니다.
우리는 서로 박수를 쳐대며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했어요.
기다리던 첫눈 소식은 언제나 기분을 들뜨게 하는데다...
소복이 쌓이는 눈은 아니였지만,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여기며
행복하게 잘 살아달라고 빌어주었기에...
하객도 없이 썰롱했던 그날 식장에서 우울할줄 알았던
신부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눈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눈이나 비가 오면 잘 산다는 속설때문이 였는지...
언제나 첫눈과 함께 아름답게 떠오르는 친구의 결혼식.
은빛 세상를 화려하게 수놓는 첫눈...매년 첫눈은 내립니다.
그래서 첫눈이 내리면 아련한 추억속의 친구의 모습이 눈송이처럼 동그랗게 떠오르네요.




참. 그날 친구의 남편이였던 신랑은..우리 모두의 우상이기도 했어요.
교회 문학의 밤 행사때마다 단골 디제이오빠였어요.
좁은 동네에서 잘생긴 오빠하면 그 사람이였죠.
인물 반반하죠.성격조쵸.말 잘하죠.거기다 공부 잘했죠.
그에 비해 친구는 정 반대 타입...
사실 돌아오는 눈길에 배 아프데요. 잘 살아달라고 빌기는 했지만서도.ㅎㅎ




신청곡입니다.김현식 내사랑 내곁에~
김종환 백년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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