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편지.....
짝은 악마
2003.11.19
조회 39
그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상당히 기분좋은 출발이다
작열하는 태양, 쉴새없이 흐르는 땀,
유격장으로 향하는 멀지 않은 길인데
벌써 오이 장아찌가 된 몰골이다.

간간히 보이는 모심는 풍경
작년 이맘때야....~약간 덜 된 사람처럼
히죽히죽 웃어본다
거의 다 왔다.
작년에 당했던 코스, 눈물고개의 추억
v자형 계곡, 창공으로 보이는 줄..
수많은 바리씨들의 무릎과 팔굽을 사정없이
벗겨주는 '지옥'으로 가는 길.
공포의 빨간 모자가 우리를 반긴다.
그 흉물스런 웃음, 잇새의 고춧가루가 멋(?)게 보인다
오자마자 시작이구나
숨이 턱에 차게 선착순에.. 철조망 통과에...
사람 꼴이 말이 아니다..
폭풍이 지난 뒤의 고요함처럼 모두들 말없이
텐트치기에 여념이 없다
선임자로서의 책임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숙영지의 밤, 배부른 반달이 아늑한 분위기를 더 해준다
하모니카 소리라도 나면.........
장교 올빼미들은 훈련온게 아니고
야유회 온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텐트앞에 쪼그리고 앉아 버너로 라면을 끓이고 있다.
나른한 몸, 내일을 위하여 자야겠다.
그저 단순하자
5분 뒤의 일을 생각지 말자
에네르기의 축적을 위해서 차가운 총을 끌어안고 잔다.
휴~~~ 발냄새 한번 요란타!!

신청곡- 박준하: 너를 처음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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