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철
2003.11.27
조회 58
며칠전 큰맘먹고 아이 구두를 사러 구두점에 갔습니다.
전부터 낡은 딸아이의 구두가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세일을 한다기에 , 날씨는 좀추웠지만, 일찌감치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는 새 구두를 산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지 쉬지 않고 종달새처럼 재잘 대더군요.

구두점안에 들어가서 "어떤 신발을 사줘야 편하게 유행타지 않고 오래신을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아이 신발을 고르고 있는데 저만치서 아이가 씬발 한켤레를 들고 막 뛰어 오더라구요.
"엄마 나 이신발 신고싶어"
아이가 내민 신발은 정말 말그대로 새빨간 구두 였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가격도 만만 치 않았습니다.
전 그때부터 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빨간 색이라서 너무 쉽게 질리고 옷 받춰 입기도 힘드니까.우리 다른것 골라보자"
"다른색도 이쁜것 많아"
저는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아이를 설득 했지만 7살된 딸아이는 막무가내 였습니다.
그런 아이 모습을 보니까. 제 어릴적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어릴적 장이 서는 날이면 엄마는 저의 자매들 손을 잡고 장에 데려 가시곤 하셨습니다.
장엘 따라가면 "하얀 콩고물이 잔뜩 묻어있는 인절미"나 김이 모락모락나는 번데기" 도 먹을 수 있었고 , 가끔씩은 예쁜 신발이나 옷도 얻어 입을수 있었기에 정말로 신이 났었답니다.
그날도 엄마께서는 몇달전부터 . 새신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제 성화에 못이겨서 저를 데리고 시장 한켠에 위치한 신발 가게에 갔습니다.
그때 제눈에 들어온건 윤이 번쩍 번쩍 나는 빨간색 구두 였습니다.
엄마는 실용적이고 오래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사라고 하셨지만, 저는 어린마음에도 이때 아니면 "빨간 구두"를 신어보기 힘들거 같아, 안된다는 엄마의 치마자락을 잡고 막 떼를 썼습니다.
결국 엄마는 저에게 항복을 하셨고 그 "빨간구두" 를 사주셨답니다.
그날밤 , 저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 잠도 잘오지 않았고 얼마나 좋았는지 그 신발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답니다 .
"더 크면 빨간색 신으래도 안신더라구"
구두 가게 아줌마의 말에 못이기는척, 전 아이에게 그 빨간구두를 사주게 되었답니다.
돌아오는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과 빨간 구두 만큼이나 새빨간 떡볶이도 아이와 함께 맛나게 먹었답니다.
다음날, 그 빨간 구두를 신고 "유치원에 늦었다고 빨리 뛰어가라는" 제 성화에도 아이는 구두 한번 쳐다보고 하늘 한번 쳐다보며 느릿느릿 아파트 입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 그때의 엄마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 져 웬지 마음 한켠이 찡해져 왔습니다.
더 추워지기전에 이번에 제가 친정 엄마에게 .따뜻한 털신 한켤레 사드려야 겠습니다.
어릴적 구두 사달라고 떼 쓰던 떼쟁이 딸의 마음을 가득 담아서 말입니다.

유영재씨,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글이 소개 된다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용인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선물로 주셨으면 합니다.

(소인철)
***-****-****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28번지
숭문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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