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이인숙
2003.11.30
조회 58
따르릉~~
퇴근해서 현관문 열고 들어서는데 울리는 전화 벨 소리..
습관처럼 수화기에대고 여보세요~~먼저 하는데 낮설은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거기....
이인숙 씨 댁 아닌가..요..
내 전데요..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야~나 경숙이야...
경숙이?..속으로 기억을 찾아내려하자..
야 ~~하면 소리친다..
너무 너무 간만에 아니 결혼하고는 두번짼가?..한 10여년만에 친구와 전화 재회였다..
사는게 ..살아가는게 힘겨워서 ..친구라는 존재도 의식할 겨를이 없었고 봄이 오는지 가을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노라고..
이제사..
조금 숨돌릴 겨를이 오니까..친구들이 생각난다고..보고싶노라고..한번 만나자고.온갖 수다를 떠느라...
옷도 못갈아 입고 저녁 준비도 잊은채 한참을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내 친구 경숙이..
온갖 수다 중에 이말을 하더군요..
직장생활 중 친했던 친구 서너명의 유일한 낙이었던 산행..가까운 산을 오르며 인내를 배우고 자연을 배우고 낭만을 참 즐겼었습니다.
하나씩 결혼이라는 평생 직장으로 떠날때 되면..천안서 가까운 게룡산 갑사 계곡에나 동학사 계곡에 발담그고 앉아..꿈같이 다가올 결혼에 대한 청사진을 늘어놓고 깔깔 댔었는데..
제가 한 말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 답니다..
장 바구니 속에 장미 한다발을 사들고 와 저녁상차리면서 식탁 한 귀퉁일 장미 향으로가득 하게 살고 싶다고...
그러면서 그렇게 사는냐고...ㅎㅎ
그냥 웃었어요..
어려울것도 없을것 같은 이야기 이지만..
쉽게 눈에 띠는 꽃집을 지나치면서
장미 한다발 오천원이면..고등어가 한손이고..콩나물이나 두부랑이 한 보따리고..ㅎㅎ 돼지고기 한근을 넉넉히 사다가 남편이랑 아이랑 좋아하는 김치찌게를 끓이는데..라는 현실적이고 물기 없는 가슴으로 변해있음에..
그게 쉽지 않더라..고 했습니다..
...............
저녁을 먹고 거울속의 나를 바라봤습니다.
늘어만 가는 눈가의 주름..퍼석 대는 머리..
무표정의윤기 없는 얼굴..
그옛날 내가 했던 말이 자꾸 되뇌어 집니다..
마음의 대 청소를하고 조금은 이쁘게 촉촉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