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제법 겨울 흉내를 냅니다. 그 싸늘함에 옷깃을 세우고 고개는 자꾸면 파묻게 되지만, 전 지금 어느 겨울보다 따스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초등학교 5학년 천사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오늘은 첫째 시간이 국어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 저희 학교는 증축 공사중이라 우리반 교실이 있는 4층위로 한참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층 수를 한층 올려짓기 위해서지요. 공사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쇠파이프고 철기둥과 그물들이 학교 창밖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창문을 열어도 왠지 그 전 같지 않습니다. 뭔지 모를 답답함과 우울함이 느껴집니다. 아이들도 그래서 창문을 열지 않은지 꽤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어 시간에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장난을 치며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예뻐 계속 바라보니, 그 삭막하고 흉물스런 공사현장 꼭대기에 있는 그네들의 둥지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창문을 닫아도 시끄러울 만큼 공사가 한창인데, 그 둥지안은 그런 건 문제가 안되나 봅니다. 둘은 둥지에 앉아서 그네들을 기다리던 아기새를 향해 몸을 부벼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로와 보였습니다. 아침 햇살이 오늘따라 눈부시게 보이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제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해 할 줄아는 새들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저는 작년 11월에 결혼하였습니다.
그 후 8개월가량을 주말부부를 하다가 그 새들처럼 그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지금은 열차를 두 시간씩 왕복 네 시간을 타는 만만치 않은 출퇴근 길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가 임신 8개월에 배불뚝이(?)라는 것이지요. 기차를 타기 위해 5시에 눈을 뜨고 준비를 하며 역까지 가면서 줄곧 음악을 들어요.
돌아오는 24일은 저희들의 결혼 1주년 되는 날입니다.
저희 신랑은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위해 무어든 해주고 싶어 제 출근길에 늘 함께 해주며 역까지 배웅해주고 뱃속 아가가 점점 커져와 밤새 허리가 아파 통증을 호소하는 저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안마를 해주는 사람인데, 전 너무 피곤한 출퇴근길 탓에 따뜻한 밥 한번 제대로 차려줄 수 없습니다. 얼마나 미안한지...
1월이면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 아이와 아이 아빠 그리고 저..이렇게 셋이서 내년엔 함께 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유영재씨~ 제가 아기 아빠 심광혁씨를 무지무지 사랑하고 있다고 우리 그 새들처럼 함께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해하며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고 전해주세요. 더불어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게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올 수 있을거예요
안녕히계세요
***-****-**** 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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